강해진 태풍‧유례없는 기상이변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경고
 탄소배출 줄이기 등 자구책 필요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에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계속돼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적인 한파가 전 세계를 냉동고로 만들었다. 누가 뭐래도 21세기를 기점으로 인류에게 성큼 다가선 가장 큰 이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다. 이를 위해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겠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의 탈퇴가 엇박자가 되고 있다.

지금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북반구는 기록적인 폭설에 시달리고 있다. 스위스의 한 호텔에는 300m 규모의 눈사태가 덮쳐 건물 일부가 파묻혔다. 독일의 한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지붕에 산처럼 쌓인 눈을 치우느라 겨울 내내 분주하다. 유럽에서는 최근 보름 동안 폭설 관련 사고로 숨진 사람이 20여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초대형 눈폭풍 지아가 몰아닥쳐 교통사고와 항공기 결항, 정전 등 피해가 속출하였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폭설로 인해 전기가 끊기고, 항공기 이착륙은 물론 교통 대란에 이어 바닷물까지 꽁꽁 어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이 살인적인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반면, 호주는 펄펄 끓는 날씨로 인해 고통 받는 그야말로 극과 극 기상이변이 정점에 달했다. 지구 아래쪽 남반구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잔인한 여름을 맞고 있다. 호주 서부의 달링 강에서는 10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떼죽음이 이어졌다. 수온이 급격히 상승해 물 속 산소량이 줄어들어 물고기 폐사가 속출한 것이다. 브라질에서도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아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들고, 동물원의 동물들은 시원한 물을 끼얹고 얼린 형태의 과일과 고기를 먹으면서 폭염을 견디고 있다.

올 겨울에 발생한 지구촌 각지의 기상이변은 이미 예고된 기상 현상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태평양에서 발생한 라니냐의 영향으로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과 호주 기상청에서 여러 차례 발표했기 때문이다. 라니냐 현상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엘니뇨와는 정반대인 라니냐가 발생하면 북반구 지역에서는 날씨가 거칠어지며 추위가 극심한 겨울이 되는 반면, 남반구에서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 폭염이 지속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작년 여름에 섭씨 35도는 더위 축에 끼지도 못했다. 결국 40도를 훌쩍 넘어서는 새 기록이 세워졌다. 폭염은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았다. 이미 이열치열이란 말은 쏙 들어갔고 너 나 할 것 없이 시원한 곳과 먹거리를 찾았다. 도심의 강가나 공원은 밤이 되면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는 피서족으로 만원이 된다. 금융기관엔 대기표를 들고 있지 않은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커피전문점엔 젊은이들이 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문제는 열대 태평양의 기상이변의 파장이 상상 외로 넓게 퍼지고 있으며, 그 정도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반부의 기록적인 한파와 남반구의 폭염이 라니냐의 영향으로 최악의 기상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농업과 어업 등 기상변화에 민감한 산업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미래에너지로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을 추진하며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는 울산은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들에게 인명과 재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금부터 기후변화 대책을 세우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점점 더 강해지는 태풍과 유례없는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를 막아라!” 하는 지구의 경고다. 기후변화를 막는 일은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인류가 재앙적인 홍수와 폭풍, 화재, 가뭄과 그로 인한 극심한 가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라면 먼 나라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강릉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놓여있던 달걀에서 가마솥더위로 병아리가 자연 부화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한반도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全)지구적인 노력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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