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예 기자

지난 9일 울산 동구 봉대산에서 불이 나자 동구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때 동구를 들썩이게 했던 현상금 3억 원의 ‘봉대산 불다람쥐’가 그 이유였다.

1994년부터 울산광역시 동구 동부동의 마골산과 봉대산 일대 반경 3km 이내에서 해마다 대형 산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경상남도 울산시 동부동이었는데, 그해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96건의 연쇄방화가 일어났다.

주민들은 연쇄방화범에게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였다. 방화 수법도 교묘했는데, 화장지를 꼬아 만들어 불씨를 내거나 너트에 휴지와 성냥을 묶어 불을 붙인 뒤 던지기도 했다. 또, 산불감시원들과 친분을 쌓아 방화범 감시 상황도 파악했다.

이후 2011년 3월 25일 피의자 A씨는 산불 지점 인근 아파트 단지 CCTV를 통해 파악한 신원으로 체포됐다. 그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던 평범한 50대 가장이었는데, 방화 이유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화전민이었던 부모님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산불이 익숙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가 불태운 임야는 축구장 114개 면적에, 피해액은 18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산에 성한 나무보다 불탄 나무가 더 많을 정도로 십여 년간 동구 주민들을 놀라게 했던 ‘봉대산 불다람쥐’.

한 주민은 “어릴 때 말만 들었던 연쇄 산불이 다시 재연되는 건 아닌가하고 걱정됐다”며 “그만큼 동구 주민들에게 산불은 예나 지금이나 민감하다”고 전했다.

9일 봉대산 화재는 70대 남성 C씨가 산 속에서 추위를 피하려다 피운 모닥불로 시작됐다고 밝혀졌다. 경찰은 조만간 C씨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