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수소차 위협하는 ‘광주형 일자리’
실패 땐 기업이 손해 몽땅 뒤집어 쓰고
성공할 땐 노동계가 그냥두지 않을 것

 
조선합병 땐 출혈경쟁 없어 가격상승
건조기술 측면서도 시너지 효과 기대
LNG선 이후 성장동력 마땅찮아 발목

 
연초에 날아 온 ‘광주형 일자리'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뉴스가 산업도시 울산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합뉴스

김병길 주필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 하락해 멕시코에 추월당하면서 세계 7위로 내려앉았다. 2015년 세계5위에서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진 뒤 다시 순위가 하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능력이 약 46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만큼 유휴 인력과 생산라인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생산량 하락은 수출 감소 탓이 컸다. 생산량 중 내수 (155만대)는 5년 전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수출(245만 대)은 20% 이상 줄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수요 위축과 무역 분쟁, 패러다임 변화로 이미 혼란기에 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의 전체 생산대수는 9,850만4,000대로 2017년(9,875만1000대)보다 0.3%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량 하락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고 장기적이라는 게 문제다. 10대 생산국 중 한국만 3년 연속 하락했고, 수출 대수는 6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 등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독일을 제외하고 미국(2위), 일본(3위), 인도(5위), 멕시코(6위)는 모두 생산량이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생산량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협회는 국내 완성차 평균 인건비 비중이 12~13%대로 도요타(7.8%), 폭스바겐(9.5%)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 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꾸준히 생산량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공장을 지은 것은 1998년 르노 삼성 부산 공장이 후 전무하다. 현대자동차도 1996년 아산공장 이후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반값인건비’를 앞세운 ‘광주형 일자리’로 광주시가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울산의 현대차 공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임금 구조로는 해외 공장과의 경쟁이 힘들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이제는 절실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대차 광주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노조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차 생산은 가뜩이나 위기 상황인 현대차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총 파업 등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광주시의 움직임을 보면 울산이 ‘강 건너 불 구경’ 할 일은 아니다.

울산은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우려에 대해 수소차 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광주시는 ‘수소차 허브도시’를 표방하면서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차가 수소차 적용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수소차 경쟁에서 광주가 울산을 위협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방자치 단체가 일부 비용을 보조하고, 노동법 규제를 경감하는 새로운 일자리 제도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기려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돈을 낼 기업은 불안하다. 실패하면 기업이 손해를 몽땅 뒤집어쓰지만, 성공할 경우 노동계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사항 이행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새해 들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뉴스는 조선산업 선도도시 울산이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고질적 출혈경쟁이 사라지면서 선박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두 조선소의 합병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사가 통합하면 선박 건조 기술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회사는 운반선 화물창에서 기체로 사라지는 LNG를 다시 액화해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놓고 2014년부터 특허 분쟁을 벌였지만 통합되면 이 같은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주력으로 삼는 LNG운반선 이후의 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향후 통합회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LNG운반선의 수명은 20년 안팎으로 선박 교체주기가 길다. 카타르나 러시아 등 주요 LNG수출국의 운반선 발주 물량이 마무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LNG운반선 1척의 연간 고용창출 능력(500~700명)도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와 비교해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통합을 반대하는 것도 향후 LNG운반선의 건조가 끝나면 일감이 사라져 결국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 산업의 흥망을 다룬 책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양승훈 경남대교수)에서는 “국내 조선업계에는 없는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하는 등 조선업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때가 왔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자동차와 조선 양대 주력산업의 위기로 울산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새해 벽두 ‘광주형 일자리’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뉴스는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숨 가쁘게 넘기고 있는 조선 산업과 고비용 저효율로 존망의 기로에선 자동차 산업이 울산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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