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피난민에 ‘배식하기 5분전’에서 유래된 ‘개판 오분전’
밥 익기도 전 솥뚜껑부터 열자 덤비는 요즘 우리 정치행태
국민위한 뜸 들이는 5분 중요… 소통•협치 국민위한 정치를

최장락 부국장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판오분전’이라는 말이 있다. 개들의 난장판을 뜻하는 말로 알고있지만 원래는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을 위해 거대한 솥에다 밥을 지어 제공했었는데 밥을 나눠주기 전에 사람들에게 통보하는 말이 ‘개판 오분전’(開版 五分前) 이었다.

이 말은 ‘밥이 거의 다 됐고 이제 솥뚜껑을 5분 후에 열겠다’ 라는 의미이다. 이 통보를 들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배식받기 위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됐다는 말에서 유래한다.

요즘 우리 정치행태를 보면 밥이 익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솥뚜껑부터 열어 보자고 덤벼드는 모양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과 정책들은 아직 과정에 불과한데도 성급한 결과를 유추해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요한 사건이나 사안이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이 우후죽순처럼 관련 법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로 국회통과라는 절차에 발목이 잡힌 것도 많다. 이러한 일들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이익과 차후 선거를 위한 당리당략적인 입장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2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합의해야 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미국으로 떠났다. 결국 2월 국회는 이들이 돌아오는 17일까지 정지된 상태에 있다.

뿐만 아니라 5·18 망언 공청회 역시 국민들의 분노를 싸고 있다. 적어도 국민의 고통을 함께 풀어가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펙트가 아님에도 마치 진실인냥 호도해 5·18의 정신마저 훼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논란이 된 3명의 국회의원 중 2명은 유예하고 1명만 제명키로 해 다른 정당으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받는 등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의 목적이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당의 생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자당에는 관대하고 다른 당의 문제는 목숨걸고 반박하거나 사안마다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당론으로 채택하는 행태의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당장 예산 집행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협조보다는 문제점만 부각시키며 반대하고 나서는 야당이나 소통에 실패한 여당도 다르지 않다.

울산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23년만에 지방권력을 잡으면서 시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인사문제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마찰음이 새어나고 있다. 또, 일부 여당 지방의원들의 처신문제로 인한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울산시가 추진하는 사업들도 긍정적인 기대감보다는 우려 섞인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정치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기다린 후에 그 결과에 대해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책임부터 묻는 것은 우려가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반대 역시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금 울산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갔지만 이제 시작점에 불과하다. 모든 사안은 공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밥이 익지 않은 상태라면 성급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과정을 비판하고 반대하며 솥뚜껑을 열어 보자고 덤빈다면 결국 밥 짓는 일은 실패에 그칠 것이다. 설익은 밥을 국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기 위해서는 마지막 5분이 중요하다. 뜸을 들이는 그 5분이 밥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밥은 정부와 여당만이 짓는 것이 아니라 여야 모두가 함께 짓는 것이다. 즉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 가야 한다.

국민들과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성숙된 정치이다. 야당이 되면 무조건 반대가 당론이 되는 기이한 우리나라 정치 풍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대의의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여야가 협치하고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금만 문제가 발생하면 득달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개판 오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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