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 시대적 배경은 1919년 4월 2일이다. 언양 뿐만 아니라 인보, 탑곡, 은편 등 근동까지 왜놈들 세상이 된지 오래다. 살티에서 석남사로 내려오던 향산댁은 빈 소쿠리 하나 들고 언양장에 가는 자신의 모습이 왠지 서글펐다. 가지산 골짜기에 봄나물을 캐러갔지만 오늘따라 그 흔한 취나물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향산댁은 그저 자식들 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왜놈들 횡포가 심해지고 급기야 먹거리마저 구하기 힘든 시절이 되어버렸다. 울산읍내 삼산들과 두동, 삼남 등지의 기름진 쌀들은 죄다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소문이 퍼진지는 여러 해다.

# 화장산이 눈앞에 보이는 우만들 앞에서 향산댁은 엊그제 천도교 신도인 인보댁이 은밀하게 전해준 만세운동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했다. “천도교 김교경 교구장이 고종황제 인산일에 갔다가 독립만세운동 봤다카데. 그라고 독립선언서를 갖고와가 4월 2일 언양장날에 만세운동 한다 아이가. 이거 어데 말하지 마래이” 향산댁은 “만세운동 하모 왜놈들이 물러가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인보댁은 “만세운동이라도 해야제. 왜놈들 세상 보고만 있을 끼가. 내사 언양 미나리 가지고 장날에 갈 꺼다. 언양, 두동, 두서, 중남, 상북에서 다 온다카더라. 향산댁 니도 꼭 오너라.”

# 훗날 1919년 4월 2일 언양 장날 독립만세운동은 천도교 울산교구 김교경 교구장과 최혜규, 이규천, 곽해진, 유철순, 유림측의 이무종, 이규인, 김향수 등과 울산에서의 거사를 계획했고 3·1절 한 달 뒤인 4월 2일 일경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언양 장터에 모여 만세운동을 벌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3·1 운동 100주년 기념 100인 시민뮤지컬단이 참여하는 창작뮤지컬 공연이 3월 8일, 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막이 오른다.

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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