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2. 세계문화유산과 ‘대곡천 암각화군’

 유네스코, 미래 세대에 넘겨 줄 자산으로 유산 등재사업 추진
 현재 세계 167개국 1,092점 등재… 관광산업․지역경제 견인차
‘대곡천암각화군’ 가치 입증 중요… 보존 대책도 면밀히 살펴야
 역사문화․자연환경 조화 주민참여형 보존철학․원칙 적용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대곡천암각화군'의 핵심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 7000년전 수렵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허 권 몽골국제대학교 부총장

“유산을 통해 미래를 열자”, 이는 영국유산위원회의 문화재보호 슬로건이다. 유산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네스코도 이러한 유산의 미래가치적 개념을 중시하고 있다. “유산은 과거의 자산이지만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자산으로, 우리 삶의 원천이자 감동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바로 이런 관점으로 시작된 사업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보호사업이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가 1972년 제정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매년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21개국)의 정기회의에서 인정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여기에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의 3종류가 있으며 만약 등재된 유산이 재해 및 개발로 인한 보존의 문제점이 있거나 예견될 경우,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재분류하여 특별한 보호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회복이 어려운 상태일 경우,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명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문화유산 1점(독일 드레스덴경관지역), 자연유산(오만 영양서식지역) 1점 등 2점이 제명된 선례가 있다.

2019년 3월 현재, 전 세계 167개국의 1,092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이중 문화유산은 845점, 자연유산은 209점, 복합유산은 38점이며 한국의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2점, 자연유산 1점 등 모두 13점이다.

특히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등은 각각  40~50점의 세계유산을 등재시키고 있으며, 비유럽지역의 국가로 중국, 멕시코, 인도 등도 많은 수의 유산을 등재시키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 내에 있는 그들의 유산을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림으로써 교육, 학술분야에서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관광분야에서 많은 이윤을 창출시키고 있다.
 

# 문화유산은 지역의 미래 핵심 가치

오늘날 문화유산은 미래자산으로 생각되고 있다. 과거 역사학, 고고학의 좁은 범주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의 큰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유산은 지역을 지역답게 만드는 열쇠이다.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핵심가치일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정통성을 지키는데 기본이 된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학문들은 유산경제학, 유산관광학, 유산개발학, 세계유산학, 무형유산론 등 새로운 학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유산의 여러 국내외 사례에서 보듯이 유산은 지역의 상징일 뿐 아니라 지역의 화합과 통합, 지역을 발전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비록 자랑스러운 유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잘 간직하고 알리지 못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빛내기 어렵다. 아끼는 마음이 있을 때 잘 보존할 수 있는 것이며, 자랑스러울 때 이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대곡천암각화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대곡천에 있는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 그리고 이 일대의 역사문화환경은 수려한 경관과 함께 독특한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옛 선조의 삶과 발자취가 전해져 하나의 신화로 살아 숨을 쉬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는 대곡천암각화군을 빠른 시일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은 지역주민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숙원사업이다.

현재 대곡천암각화군은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올라가 있다. 2009년 당시, 한국정부는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의 잠정목록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였고, 2010년 1월10일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 잠정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대곡천암각화군은 세계유산으로 가는 첫 번째 준비과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잠정유산’이란 현재 세계유산은 아니지만 준비가 되는대로 정식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유산을 말한다.
 

# ‘탁월한 보편적 가치 입증’이 관건

그러나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네스코가 제시하고 있는 등재조건에 충족되고 있는지, 미래세대를 위한 대표적 인류유산으로 잘 보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과거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유산들이 심의과정에서 중도 탈락되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설악산, 남해안 공룡화석지, 한양도성, 한국의 서원에서 보듯이 유산신청을 철회하거나, 반려 판정을 받은 적이 있었다. 비록 심의 과정에서 탈락된 것은 아니었지만, 설악산과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지의 경우, 우리 스스로 등재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청서를 철회하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잘 입증해야 한다. 학술적으로 잘 연구된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 기본이며, 유산의 진정성, 완전성, 선정기준을 잘 규명하고 아울러 보존관리계획서를 충실하게 작성해야 서류심사, 현지실사 등의 과정을 잘 통과할 수 있다.

요새 세계유산의 심사가 점차 까다로워 사전에 충분한 학술적 연구와 완벽한 보전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못할 경우 반려, 보완, 미등재 등의 예기치 못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대곡천암각화군은 고고학적으로 유산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타놈(스웨덴), 발카모니카(이탈리아), 코아(포르투갈), 탐갈리(카자흐스탄) 등과 함께 전 세계의 대표적인 선사유적지로 인류의 고대사 연구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등재필요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등재신청서의 작성 및 그 이후의 보존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중에 무엇보다도 먼저, 국내 암각화연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실정은 그리 만족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과 전문기관의 암각화 연구자 수가 많지 않으며 연구실적도 충분치 않다.
 

# 주민참여 중심 보존 철학 가져야

많은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세계유산은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베니스, 파리, 비엔나 등의 유럽도시 뿐 아니라 페루 마추피추, 한국의 하회마을, 경주역사지구, 백제역사지구 등에서 외지 관광객이 늘어나는 관광효과를 보고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는 문화와 관광이 서로 상생 발전하는 포괄적 전략을 수행한 결과 2017년 외국관광객만 560만명이 찾았고 입장수입액은 1억불을 훨씬 상회하는 캄보디아의 최대 수익원으로 발전했다. 공예 및 요식업, 고용창출효과 등 세계유산 앙코르 와트가 없는 캄보디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는 위의 여러 대표적 유산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관광특수를 누릴 것이 분명하다. 경북의 세계유산지역을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 문화콘텐츠 발굴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효과가 급증되는 순기능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유산은 유산의 올바른 보존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참여 중심의 보존철학, 경관보호, 지속가능한 관광 등 역사문화환경을 균형있게 보존, 보호하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고고유적지는 학자들의 전유물이 될 공산이 많다. 따라서 주민이 참여하는 보존방식, 선사시대 역사를 잘 설명하는 해설방법의 도입, 여러 문화 및 교육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곡천암각화군은 다른 어떤 공간보다도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이 잘 조화됨으로써 가장 바람직한 탐방지, 힐링의 장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생태계, 지질학, 식물학 등의 자연과학분야에서의 보존방식 뿐 아니라 이 지역의 인문학적 전통과 연구결과가 잘 반영된 보호원칙의 수립에 각별한 주의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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