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이른 아침에 /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는 내가 /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정호승의 시 ‘햇살에게’) 시인은 맑은 아침 문득 자신이 먼지임을 꿰뚫어 본다. 사람도 먼지 같은 존재라고. 광활한 우주에서는 지구도 한 점 먼지이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 있으랴.

암호 같은 ‘KF(Koren Filter)지수’라는 것도 있다.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입자 차단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작은 입자에 대한 차단율이 높다. 황사나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KF지수가 표기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차단율이 너무 높으면 숨이 막힐 수도 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발 빠른 LG는 전국 초·중·고교에 공기청정기 1만 대를 무상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총 150억 원 규모다. LG는 지난 1월에도 전국 아동 복지시설 262곳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키로 했다.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공단으로 둘러싸인 울산의 미세먼지 공포는 심각하다. 지난 한 해 동안 3차례에 불과했던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올해 들어 5차례나 발령됐다. 환경단체들은 울산의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이산화황(SO2)을 지목하고 있다. 울산은 오래전부터 이산화황의 배출량이 국내 총량의 1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금 울산 최대 번화가인 롯데백화점 일대는 한때 석유화학공단에서 내뿜는 유해가스로 악명 높은 공해지역이었다. 해마다 벼만 심어놓고 기다리면 공해 보상금이 저절로 나오는 웃지 못할 삼산들의 논농사였다. 그동안 탈황연료 사용 등으로 공해 극심 지역은 겨우 면했으나 최근의 초미세먼지는 삼산들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그냥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이 한글사전의 ‘먼지’다. 먼지 속에만 사는 먼지벌레는 밤에만 활동한다. 냄새가 없고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 공포는 이제 밤낮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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