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경희대병원, 신생아 174만명 분석결과
"수도권 서해안, 대도시·공장 주변에서 연관성 커"

미세먼지(PM10)가 심한 지역에 사는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임신부보다 미숙아(이른둥이)를 낳을 위험이 1.5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숙아는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통칭한다.

경희대병원·국립암센터·강동경희대병원 공동 연구팀(송인규·김유진)은 2010∼2013년 사이 174만2천183건의 출생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와 미숙아 출생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및 공중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임신 중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WHO(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 최고치인 70㎍/㎥로 잡을 경우, 이보다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는 미숙아 출산율이 7.4%에 달했다. 반면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0㎍/㎥ 이하인 지역에 사는 임신부는 미숙아 출산율이 4.7%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연구팀은 미숙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보정했을 때 70㎍/㎥를 초과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가 미숙아를 낳은 위험이 그렇지 않은 지역의 여성보다 1.57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임신기간 32주 미만의 '초미숙아'를 낳은 위험은 같은 비교 조건에서 1.97배로 더 큰 차이가 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우 도심보다는 서해안지역에서 이런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도시 주변일수록, 공장이 많은 지역일수록 큰 연관성이 관찰됐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과다 노출되면 조산이나 미숙아 출산위험이 커진다는 건 동물실험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뉴욕대의대 국제학술지 '환경 보건 전망'(EHP,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신 기수와 관계없이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어미 쥐들의 조산 및 저체중 출산 비율이 높았다.

특히 임신 1기부터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쥐들의 조산율은 깨끗한 공기에서 서식한 쥐들보다 83%나 높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경희대병원 김유진 전공의는 "미숙아 출생으로 발생하는 2차적인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임신부에게 미세먼지는 반드시 피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송인규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미세먼지가 미숙아 출산에 미치는 생태병리학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지만, 연관성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아이에게 발생할 미세먼지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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