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 입주자들 상대로 A업체가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고 말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한 가운데 한 피해자 집에 천장이 '뻥' 뚫려 있는 등 공사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울산지역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을 상대로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 “인테리어를 해주겠다” 고 영업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먹튀’ 사례가 급증,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1일 오전 북구 H아파트 입주예정자인 이모씨 집. 입주를 끝낸 다른 집과 달리, 이곳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방마다 벽지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쓰다 만 실리콘이 나뒹굴었다. 시멘트가루에 흙먼지 까지 날려 이곳에서는 생활이 불가능해 보였다. 가장 심각한 곳은 ‘뻥’ 뚫린 천장. 원래는 빌트인 형식 ‘시스템 에어컨’이 들어가야 할 자리지만, 배수관로만 덩그러니 보였다.
이 씨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구경하는 집’으로 인테리어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시스템 에어컨도 함께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테리어와 에어컨 설치를 맡은 A업체가 공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돌연 잠적해 버렸다. 설치하기로 한 시스템 에어컨은 구경도 하지 못 했다.
이 같은 사례가 이씨 뿐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 등 말에 속아 집 천장에 구멍만 ‘뻥’ 뚫린 피해자가 확인된 것만 해도 40여명에 달한다. 업체측에 지불한 돈은 1가구당 최소 300만원부터 1,300만원으로 이를 모두 합할 경우 피해액이 수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울산 남구, 북구 신축아파트 예비입주자가 많았고 인근 부산과 경남 창원 등지에서도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군다나 부산에 둔 A업체는 최근까지도 예비입주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수법 또한 교묘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업체는 신규아파트 인근 부동산 등에서 입주예정자 연락처를 구한 뒤 ‘아직 에어컨을 설치 안한 분은 추가 공사가 가능하다’며 문자메시지를 돌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예비입주자들을 유혹해 설치비만 받거나, 공사하는 척 구멍만 뚫은 뒤 잠적한다.
또 아파트 사전점검 날에 주차장 등 부스를 차려놓고 사전에 허가받은 업체인 것 처럼 예비입주자들 상대로 영업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아파트 공동구매인 줄 알고 믿고 구매했다”는 입장이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도 피해예방을 위한 관할당국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전국적으로 경찰에 고발이 이뤄졌고, 피해금액이 억대에 달하지만 경찰 등에서 피해예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타 지역에서는 검찰까지 송치됐지만 A업체 대표가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나 똑같은 범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어 관할당국이 적극 나서 피해를 예방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업체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닫지 않았다. A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모든 작업을 마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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