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요소 담긴 만화책으로 다시금 논란 불거져
"현실 문제 지적 '개념' 아티스트 이미지…'여혐' 논란과 정면 충돌"
"일시적 현상 아닌 사회 변화 발맞춰 성인지 감수성 문제 해결해야"
"팬덤 파워에 따라 영향력도 큰 그룹…팬들이 나서서 올바름 추구"

방탄소년단이 반복되는 여성 혐오 논란의 고리를 좀처럼 끊지 못하고 있다. 승리·정준영 사태를 통해 남성 연예인들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이 큰 문제로 떠오른 현실에서 케이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류를 이끄는 국내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여성 혐오 논란에 빈번하게 휘말렸다. 이 같은 논란은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 전, 멤버들이 작업에 참여한 곡들과 SNS를 통해 팬들과 나눈 발언들에서 불거졌다. 

이에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한 차례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지적 사항을 창작 활동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후에도 'Not Today' '21세기 소녀' 등 일부 수록곡들의 가사로 논란이 지속됐다. 일각에서는 콘서트 무대에서 아직도 문제된 곡들의 가사 수정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리더 RM은 언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가사에 담긴 의미를 해명하면서 "사회 문제와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부숴 나가며 문제 제기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모습은 이와 모순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여성 혐오 요소가 짙은 일본 만화를 "재미있다"며 멤버에게 추천하는 풍경은 그들이 표명해 온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일본 만화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는 방탄소년단이 언급한 '사회 문제와 부조리'에 포함된다. 방탄소년단은 여기에 "침묵하지 않고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방송을 통해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상황이 됐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도 다른 아이돌 그룹처럼 소속사에 의해 기획된 상품이지만 이와 차별화된 이미지로 성공했다"며 "여성 혐오 논란은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을 만들어 온 이미지와 정면 충돌한다. 그게 방탄소년단의 딜레마이자 한계"라고 짚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현실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개념 아티스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자꾸 이런 문제가 생기면 '여성 혐오에 대한 개념은 없느냐'는 질문이 따라 온다"며 "일시적 논란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고민할 문제다. 전 세계적 이슈인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 주류 문화 진입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 '여혐' 거부하는 팬덤 문화…가수 영향력까지 '가이드' 

아이돌 그룹을 대하는 '팬덤'(팬집단) 문화가 변하면서 혐오 표현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비단 팬덤 내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방탄소년단이 진출한 미국을 포함하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택광 교수는 "남자 아이돌 그룹 팬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혐오 표현,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을 거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굉장히 많이 허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자유가 혐오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실증법적 판결들이 나오면서 규범이 생기고 있다. 미국에서 시행령으로 발효된 혐오금지법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이 지닌 영향력 역시 여성 혐오 논란들과 무관하지 않다. 방탄소년단이 언급한 생활용품, 공항 사진에 노출된 도서 등은 모두 품절되거나 판매 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방탄소년단의 콘텐츠 선택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렇다 보니 방탄소년단에 집중된 관심과 시선은 현재 국내 어떤 케이팝 가수보다 뜨겁다. 논란이 터질 때면 일부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이 워낙 팬 수도 많고,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SNS에 언급하는 것이든, 어떤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이든 파워가 크다. 이 이야기는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도, 일반 대중의 눈도 많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더 이상 여성 팬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팬덤 문화는 변했고, 이들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더 나아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어 한다"며 "방탄소년단의 경우 '러브유어셀프' 캠페인이나 유엔 연설 등 명성이 있으니 더욱 혐오 논란을 용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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