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지원•근무환경 열악한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정치적 문제로 잦은 수장의 교체… 사업 연속성 차단
개발원 정체성•비전 설정 ‘발전방안 로드맵’ 만들어야

 

백운찬 울산시의회 의원

가족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족성원들 간의 관계망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역동적 체계이다. 체계란 유기체 전체 또는 유기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일련의 것이므로 여성·가족의 건강함과 체계의 역동성이 곧 우리 사회의 건강함과 역동성의 척도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여성·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의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 울산의 여성·가족들은 제대로 된 정책적 평가와 지원, 그리고 인권적인 삶을 보장 받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울산광역시 여성가족개발원의 모습을 통해, 연구원들의 연구물을 통해, 개발원의 위상을 통해 확인하고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학자들과 많은 여성계 인사들은 낮은 성 평등지수, 최하위 경제활동 참여율, 척박한 여성 네트워크 등이 곧 울산의 여성가족정책 특성 부재로부터 귀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지적에 동의한다. 울산의 사회 문제는 여성가족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정책 연구기관인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이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재대로 다하고 여성가족정책을 꾸준히 생산하고 제안해 정책을 견인하고 안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울산 여성가족개발원은 올해로 설립 4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3월 23일 네 돌을 맞는 우리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민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2015년에 개원한 여성가족개발원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처음의 우려와 문제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가족개발원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인식 문제와 정체성 부재, 부족한 재정적 지원과 열악한 현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정책연구기관으로서의 낮은 성과와 낮은 평가 등이 지금까지의 모습이다.

울산광역시 여성가족개발원은 설립 당시부터 타 시·도의 여성가족 정책연구기관에 비해 저예산, 소규모 출연기관으로 설립되었고, 연구원들의 처우 역시 매우 열악한 수준에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원 수장인 원장마저 여러 가지 이유와 정치적인 문제로 잦은 교체와 자격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진한 조직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연구원들 역시 자주 교체되고, 자연적으로 연구와 사업의 연속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 성과 역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우리 울산시 여성가족개발원은 전국에서도 매우 열악하고 낮은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평가 절하돼 왔으며, 울산시의 성 평등지수 역시 최하위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4주년을 맞이한 여성가족개발원은 이제 다시 그려져야 한다.

개발원 원장과 직원들은 먼저 개발원의 정체성과 비전 그리고 미션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한 장단기 로드맵과 발전 방안을 새로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제시된 로드맵이 가능하도록 시정부는 개발원 발전에 대한 장단기 지원계획과 그에 따른 지속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출연기관인 여성가족개발원이 출연 기관다운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뒷받침이 돼야 수장과 조직이 사업들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고 사업성과 또한 담보할 수 있다.

여성의 인권과 사회참여, 그리고 출산율과 관계된 세계적 현황을 보면 여성의 인권지수와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일시적 현상을 보이지만 여성의 인권이 최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오히려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머 교수 역시 최근 한국에 고학력 여성인력이 잘 활용되지 않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우리 울산을 두고 한 말 인듯하여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이 ‘울산 여성·가족정책 연구 개발의 중심’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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