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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캐롤 댄버스가 준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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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용 백합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19.04.14 22:30
  • 댓글 0

개봉전부터 논란된 영화 ‘캡틴 마블’ 여성 히어로 외모
“난 항상 통제된 상태로 싸워왔지…” 의미심장한 대사
영화 속 초인적 힘 이끌어 낸 각성… 남성들에 더 필요

 

송광용 백합초등학교 교사

영화 제작사 ‘마블’에서 만들어낸 영웅들의 집합체 ‘어벤져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시리즈다. 지난 3월에 개봉한 <캡틴 마블>의 새로운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를 이끌 차세대 영웅이다. 그래서 <캡틴 마블>의 제작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개봉 전부터 <캡틴 마블>은 뜻하지 않은 논쟁에 휩싸였다. 논쟁의 요지는, 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브리 라슨이 다른 여성 히어로에 비해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아, 주인공만 좀…….’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영화를 본 지금은 어떠냐고? 필자가 틀렸고, 마블이 옳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마블 측에선 논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캡틴 마블>은 페미니즘 정신이 녹아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캐스팅할 때 기존 여성 히어로가 가졌을 법한 화려한 외모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의례적인 해명이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동일한 느낌을 받았겠지만, <캡틴 마블>을 보면서 필자가 가진 선입견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브리 라슨은 단순히 페미니즘의 정신에 입각해서 선택된, ‘덜 예쁜’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진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필자도, 영화를 보기도 전에 여배우를 단지 외모만으로 미리 단정 짓는 우를 범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캡틴 마블>은 영화의 외적인 논란뿐만 아니라, 영화의 내용을 통해서도 필자에게 양성평등 의식에 대한 각성을 주었다. 영화의 초반, 기억을 잃은 채, 크리족의 전사로 훈련받는 캐롤 댄버스에게 교관은 ‘감정적이어선 안 돼,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는 여성이 어떤 일을 완수하거나 도전할 때, 여성이 가진 특질을 버려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드러낸다.


이런 문제의식은, 캐롤 댄버스가 어린 시절, 사내아이들이나 할 법하다고 사회적으로 정의된 일들에 도전할 때 제약을 겪은 장면과 이어진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이 세계에 많은 일들이, 남성 혹은 여성에 적합다고 정의되어 왔으며 그 통념으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은 새로운 적에 의해 온 몸이 결박되는 상황에 처하고, 마음속에서, “너는 이래야 해!” 하는 목소리를 거부하며 새로운 확신에 다다르게 된다. 각성에 이르자, 주인공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힘이 발현된다. 온 몸의 결박을 떨쳐내면서 캐롤 댄버스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외친다. “난 항상 통제된 상태로 싸워왔지. 내가 자유로워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대사는 단지 그 장면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다. 이건 그간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수많은 억압과 차별, 통제된 상황을 겪어왔고, 이 모든 억압을 깨뜨리고 자유로워진다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그간 발휘하지 못한 잠재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에 대한 거대한 은유인 것이다.

그 대사를 들으며, 나 역시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간 남성인 필자가 사회 속 젠더에 관한 통념에 대해 어느 정도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가,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억압과 통제와 싸우며 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새로운 각성이 생겨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페미니즘을 다룬 논문이나 대단한 석학의 도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단지 영화 한 편을 통해 얻은 생각이다. 그것도 쏘고 부수고 악을 응징하는 히어로 오락물을 통해서 말이다.

아침에 교실로 전화가 왔다. 체육 선생님이었다. 체육 창고에 있는 매트를 옮겨야 하는데, 남학생 몇 명만 좀 보내달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누가 가고 싶은지를 물었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런 상황일 때 예전엔 힘센 남학생들을 뽑아서 보냈었지만, 이번엔 골고루 보냈다.

우리는 삶의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남성은 이래야 하고, 여성은 이래야 해’, 하는 의식이 발현되지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캡틴 마블의 초인적인 힘을 이끌어낸 각성은, 뭇 남성들에게 더 필요하다. 남성들이 각성하면, 이 사회는 지구를 지킬 수많은 여성 히어로들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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