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사업 추진을 앞두고 있는 울산 다운2 공공주택지구에 지난 태풍 ‘차바’ 때와 비슷한 대형재해 발생 가능성을 놓고 지자체와 사업주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모양새다.

중구와 중구의원들은 “완공 이후 폭우 시 저지대 침수 가능성이 있다”며 수해예방대책 강조하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해 대응은 이미 설계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17일?울산 중구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12월 다운2 공공주택지구 착공계를 내고 현재 문화재 조사 중이다. 빠르면 오는 5월 본격 공사에 들어가 2020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사업 계획 10년만에 추진 중인 다운2 지구 사업은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척과리 일원 186만6,000㎡ 부지에 8,017억 원을 투입, 3만4,800여명 수용 크기의 공동·단독주택 등 1만3,779가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임야와 농지인 해당 사업 부지가 완공 후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로 변경되면서 폭우일 때 저지대 침수 등 수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논란은 LH가 앞서 2016년 10월 태풍 ‘차바’ 수해 때도 울산혁신도시와 관련해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 데서 비롯됐다.

태풍 ‘차바’ 당시 시간당 최대 139mm 비가 내리면서 상대적 저지대인 태화·우정시장 일대 3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겼고, 사망 등 인명피해도 일어났다.

주민과 상인들은 극심한 침수 피해 원인으로 태화·우정시장 위쪽 임야를 깎아 만든 혁신도시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또, 빗물 저장소를 부실하게 조성하는 등 재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그 피해를 키웠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주민들은 혁신도시 사업주체인 LH 등을 상대로 2017년 11월 100억 원 대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당 지자체와 구의원, 주민들은 다운2지구 또한 수해의 위험에 놓여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다운2지구 옆으로 흐르는 척과천이 범람할 경우 수해 발생 가능성이 많다고 중구는 내다보고 있다.

다운동과 태화동은 태화강과 합류하는 척과천 하류 지역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주택가 등이 모여 있어 수해가 나면 거주 중인 주민 수만 명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구는 지난해 LH 측에 척과천 정비 의향을 물었으나 LH측은 해당 사업지구에 척과천은 포함되지 않아 정비 대상이 아니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등골천, 시계천, 입하천 등 3개 소하천은 사업지구 안에 있어 정비 계획이지만 척과천은 지자체가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해 영향성 검토를 통해 50년 빈도(50년 만에 한 번 내릴 확률인 강우량)에 맞춘 우수저류조 3곳(홍수조절용량 총 8만9,234t가량)을 설계하는 등 홍수 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구와 구의원 등은 척과천 중·상류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세우는 LH측 대비가 충분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구의회 김지근 의원은 “척과천이 사업지구에 속하는지 아닌지를 떠나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해 발생 시 LH 측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LH가 지자체나 의회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지 않으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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