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남동생이 연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유족들 '부천 링거 살인 사건' 명명하며 청원중

지난해 경기도 부천에서 한 30대 남성이 약물을 투약한 흔적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처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부천 한 모텔에서 A(30)씨와 간호조무사인 연인 B(31)씨가 동반자살을 시도해 A씨는 사망했고, B씨는 미수에 그쳤다.  

B씨는 이후 경찰에 신고했고, 당시 A씨의 오른쪽 팔에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 모텔 내부에서는 빈 약물 병 여러 개가 발견됐다. 

A씨의 유족에 따르면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인 10월 20일 저녁 그는 자신의 연인인 B씨와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A씨는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2016년 8월경 근무하던 병원에서 프로포폴, OOOOO,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주사기 등을 절취한 사실과 훔친 약물을 이용해 동반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최근 금전적으로 힘들다며 자신을 죽여 달라 했다고 말했다. 

또 서로 애정 관계가 깊어 사건 일주일 전 동반 자살을 약속하고 사전에 훔친 의약품으로 동반자살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본인 또한 A씨와 함께 자살하려고 독성농도가 높은 링거 투약을 했지만, 링거 바늘이 빠져서 중간에 깨어났다고 말했다. 

이후 A씨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에게서 링거를 뽑은 후, 다시 자살을 위해 약을 마시고 주사까지 했으나 사망에 이르지 않자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B씨의 진술에 대해 A씨의 유족들은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유족은 "남동생이 몇년 전 큰 빚을 지게된 건 사실이지만 개인회생을 통해 변제를 받았고, 남은 채무 또한 성실히 변제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는 열정을 보여줬고, 올해 3월부터는 친구와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며 "이렇게 성실히 하루하루 살아가던 동생이 자살을 할 이유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사실은 B씨는 A씨의 사망사건이 있기 전 날 자신의 지인에게 "A씨가 외도를 하는 것 같아서 혼을 내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유족은 동반 자살을 실행할 당시 투약한 약물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와 B씨는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OOOOO,OOOO,프로포폴을 각 각 투여했다. 

그러나 B씨는 이 세가지 약물 외에도 OOOO,OOOO을 추가로 투약했는데, 일반적으로 OOOO과 OOOO은 고초열, 두드러기, 가려움성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때 쓰이는 약물이다.

국과수 부검결과도 A씨에게서는 치사량이 넘는 약물이 검출됐고, B씨는 건강 상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A씨의 유족은 "애초에 자살을 할 것이라면 B씨는 왜 동생과 다른 두 가지의 약물을 추가 투약했는지 의문점이 든다"며 "본인이 간호조무사이다 보니 의료 지식을 악용했을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B씨는 자살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A씨를 오인시키고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A씨 유족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현재 B씨에게 일반 살인죄가 아닌 위계등에 의한 촉탁살인죄라는 혐의를 적용했다.  

위계등에 의한 촉탁살인죄는 타인의 승낙을 전제로 타인을 살해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법이다. 법정 선고 형량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일반 살인죄의 경우 법정 선고 형량이 징역 5년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를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살인죄는 위계등에 의한 촉탁살인죄 보다 양형 기준이 훨씬 무겁다.

A씨의 유족은 "경찰의 초동수사에도 문제가 많다 증거 수집을 제대로 못해 이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일방적 증언 외엔 내 동생이 자살을 승낙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일반 살인죄로 혐의가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경찰은 B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고,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됐다. 

수사를 담당한 부천 원미경찰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기소를 하기 전이라 이 사안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A씨의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17일 현재 14,416명의 지지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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