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0일 밤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내려앉은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다. 갓 출범한 이명박 정권 앞날에 불길한 예감이 뒤따랐다. 소방관의 초기 화재 진압에도 실수가 드러났다. 기왓장을 깨고 지붕 속 불길을 잡지 못한 게 지적됐다. 이후 5년 3개월간의 복구공사를 거쳐 2013년 5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4월16일 오후 6시30분(현지 시간) 발화한 화재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폭탄을 맞은 듯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서울의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게 했다. 불이 난 이유는 달랐지만 지붕 속에서 화재가 시작돼 지붕을 잃은 것이 닮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석조 건물인데 어떻게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고 첨탑과 지붕이 불에 타 사라질 정도의 피해를 보았을까. 고딕 양식의 성당 내부에서 올려다보면 돌로 된 아치형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천장과 바깥 지붕 사이에 목재 구조물을 빽빽히 세워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로 돼 있다. 12세기 유럽 각국의 원시림에서 자란 작은 참나무 1만3000여 그루가 동원됐다. 소방관들이 돌로 된 벽에 막혀 발화 지점으로 진입이 어려웠다. 

노트르(Notre)는 프랑스어로 ‘우리의’, 담(Dame)은 ‘귀부인’을 뜻한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1163년 파리 교구장이었던 모리스 드 쉴리 주교가 소규모 성당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성당 건설을 시작해 182년이 지난 1345년에 완공했다. 1831년 출간된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유명해졌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영어권에서는 ‘노트르담의 곱추’로 번역됐지만 책의 주인공은 곱추 종지기 콰지모도나 어느 다른 인물도 아니고 바로 성당 자체다. 위고는 소설의 독립된 한 장을 성당 설명에 할애했다. 
“우리는 석조 벽안에 숨겨진 목재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화재 전문가의 말이다. 지붕 밑 나무 기둥이 1시간 만에 프랑스의 상징인 노트르담 96m의 첨탑을 무너뜨린 불쏘시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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