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이 연루됐던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이 구속됐다. ‘반격’을 너머 검찰의 칼끝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김 전 시장의 측근비리 경찰 수사의 지휘봉을 잡았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향하고 있다.

21일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울산지법은 울산경찰청 소속 A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친동생이 연루된 건설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 중 한명인 A경위는 해당 사건으로 김 전 시장 측근을 협박하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들을 누설하는 등의 혐의(강요미수, 공무상기밀누설)를 받고 있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안복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사안의 성격, 피의자 지위와 관련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더욱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A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사안이 엄중해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던 구속영장 청구 이유와 법원의 판단 등으로 미뤄보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A경위에 대한 혐의, 특히 ‘공무상기밀누설’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A경위와 연관된 사건의 고소인 건설업자 B씨에게서 수사보고서 등 경찰 내부 문건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이같은 내부 문건 등 기밀이 건설업자 B씨에게 흘러들어가게 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A경위가 개인적으로 판단한 것인지, 이른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미 검찰이 확보한 ‘기밀 유출’의 시점도 중요하다. A경위는 2017년 하반기 사건 수사팀에 업무지원 형식으로 참여했고, 이듬해인 지난해 초 정식 인사발령으로 수사팀에 합류했다. 이후 ‘비리 경찰’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던 지난해 3월 말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유출된 ‘기밀’이 A경위가 수사팀에서 배제된 이후 파악되거나 생성된 내용일 경우, 수사는 A경위 혹은 건설업자 B씨와 연루된 또다른 경찰을 향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언급한 ‘관련자와의 관계’도 검찰 수사의 확대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아직까지 단정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검찰의 수사가 당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향해 한걸음 더 들어간 모양새다.

건설업자 B씨는 2017년 하반기 김 전 시장 친동생이 북구의 한 아파트 시행권을 대가로 30억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었고, 그해 10월 B씨는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A경위를 콕 찍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A경위는 파견 형태로 수사를 지원하다 이듬해 정식으로 수사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말 “이 사건으로 수년 전 김 전 시장의 측근에게 접근해 부정청탁과 협박을 했던 비리경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A경위는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앞서 검찰은 A경위가 근무했던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현재 근무 부서인 112상황실을 압수수색했고, A경위의 동료 경찰관 수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기현 전 시장의 친동생이 연루된 건설비리 의혹 사건은 최근 검찰이 무혐의로 처분하면서 종결됐고, 건설업자 B씨는 사기죄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