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청 소속 산불진화대원으로 근무했던 A씨가 산불현장에서 돌연 쓰러진 뒤 이를 산재처리받기 위해 나섰지만 ‘불승인’ 결론 난 것에 대해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산재심의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근무와 관련 없다”는 입장이고, 남구청은 “산재 승인 여부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22일 남구청 산불진화대원 출신 A(55)씨는 “당시의 복합적 상황을 헤아리지 않고, ‘자연경과적으로 뇌출혈이 발생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정말 억울하다”며 “현재는 치료비 걱정에 반신불수의 몸을 이끌고 아내와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겨우 목숨을 연명해가고 있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발단은 영하 6도의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017년 12월 17일 울산석유화학 공단 내 야산 갈대밭 화재였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불을 피우고 있는 자들이 있어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으니 조치해달라’는 현장 산불감시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산불진화대원 조장이던 A씨는 불씨가 강풍 때문에 갈대밭 인근으로 떨어지고 있어 대형 산불로 번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화자들을 발견한 뒤 불을 끌 것을 요구하며 제지했지만, 이들은 “불을 끄지 못하겠다”고 항의했고 서로 옥신각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발화자를 상대로 몸으로 강하게 제지하며 실랑이 끝에 불을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했다”며 “하산하고 만난 현장 동료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는도중,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뇌출혈 판정을 받고, 현재 신체 왼쪽 마비로 재활 치료 중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에 ‘열악한 근무환경과 당시 상황이 재해발생과 인과관계가 있으면 산재 보상에 해당된다’는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승인'. A씨에 따르면 당시 근로복지공단 산재 심의위원회는 “평소 지병인 기저질환(고혈압)에 의해 뇌출혈이 자연경과적으로 발생했고, 상병이 근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용노동부 산재 재심의위원회의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또, 산불예방 집중강조 기간에 한해 산불진화대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관리 중이던 남구청은 “기간제 근로자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 공상심의에 올리지 못한다”고 답했다.

A씨는 업무상 발생한 상황적 요소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결정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급격히 유발됐고, 한랭한 날씨 등이 작용해 갑자기 뇌출혈을 촉발시켰다”며 “윗몸일으키기, 20kg 모래주머니 들고 일어서기 등 대원 선발 체력검사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불 당시 인근 정유회사 등으로 불이 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공포 때문에 일어난 사고인 것은 고려치 않은 공단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며 “사력 다해 일했을 때 당한 재해에 산재를 받지 못하면 그냥 죽으라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현재 A씨의 상황은 지인이 지난 18일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동의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공단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법원 소송을 진행하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남구청 관계자는 “산재 불승인에 대한 판단은 근로복지공단 몫이고, 구청은 기간제근로자 관련 법률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사고가 난 이후 A씨의 산재 신청 준비를 위해 공단 측으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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