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아 기자

지난해 유럽출장 중 바르셀로나에서 동료가 휴대폰을 분실해 지역 경찰서를 찾은 일이 있다. 분실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10분 정도면 분실신고가 끝났을 것 같은데, 1시간이 넘도록 경찰서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 공무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국내행정의 속도감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절차상 문제 없다” “우선 처리 한 뒤에 조율하면 된다”는 등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된다. 지방선거 이후 대부분의 기관장들이 내건 슬로건 중 하나가 주민 중심, 주민 소통 이었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온통 주민 불통, 주민 무시다.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들어주기 쉬운 민원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대규모 사업, 예산 등이 투입됐거나, 행정절차상 문제가 제기된 것들에 대해선 어느 것 하나 시원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북구청이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위해 조례안을 의회에 상정했는데, 심의 결과 찬성 4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조례 수정안에 대한 동의가 없어 안건자체가 상정되지 못해 집행부의 조례안이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한 의원은 “예상 밖의 결과지만 민의를 무시하고 행정편의를 강행하다 엎어진 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작정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행정과정에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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