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결함 탓 19년 만의 날짜 오류…내비게이션 등 오작동 신고 잇따라

최근 일부 위치정보시스템(GPS) 기기가 설계 결함으로 오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한국 시간) 일부 GPS 기기에 날짜 표기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위크넘버 롤오버(Week number rollover·WNRO)'가 발생했다.

20세기 말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Y2K 버그'와 비슷한 이 오류는 GPS 시스템이 태생부터 안고 있는 설계 결함에서 비롯됐다.

GPS 시스템은 처음 시간을 기록한 1980년 당시 최대 1천24주, 약 19.7년까지만 날짜를 기록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당시 기술 한계상 날짜의 기록에 10비트까지 할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천24주에 도달하면 1천25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첫 주로 돌아가(롤오버) GPS 시계는 1980년 1월 6일을 가리키고 해당 기기는 오작동하게 된다.

이미 1999년 8월에 첫 번째 'GPS 위크넘버 롤오버'가 닥쳤지만, 당시에는 GPS 장비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이후 19년여 동안 GPS 기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이 이 문제는 수정되지 않았고, 지난 6일(세계표준시 UTC 기준)부터 사상 2번째 GPS 위크넘버 롤오버가 닥친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GPS 오작동에 따른 사고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예고된 오류기에 전 세계 학계·업계·관련 기관 등은 문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며 해결책을 마련해왔다.

국토해양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국내 관련 당국도 일제히 보유 장비를 점검하면서 오작동 가능성에 대비했다. 또 민간 항공·해양업계 측에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일부 소비자용 GPS 제품에서는 실제 오작동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7일 이후 일부 차량 소유자들로부터 내비게이션 위치 인식 오류 신고가 잇따르자 GPS 위크넘버 롤오버가 의심된다고 안내했다. 아이나비도 일부 제품에서 GPS 수신 오류가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오류가 발생한 경우 해결 방법은 각각 다르다. 시스템을 초기화(리셋)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있고, 펌웨어를 업데이트해야만 쓸 수 있는 기기도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쓰는 GPS 장착 기기인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 등 스마트폰은 대부분 최신 제품인 데다 수시로 온라인업데이트(OTA)가 가능하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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