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 기대 높아졌지만
핵으로 인한 국제사회 제재로 남북교류 제자리
27일 ‘평화의 손맞잡기’로 통일 공감대 확산을

 

최덕종
울산 남구의회 의원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열렸던 2018년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남북 정상간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4월22일 울산에서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2019 평화통일 원탁회의가 열렸다.

보수와 진보, 다양한 종교단체,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시민참여 토론의 장을 연 것이다. 250여명이 30개 조로 나눠져  원탁에 둘러앉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짚어 보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생활 속 실천과제들을 활발하게 토론했다.

필자가 속한 조에는 대학생, 2년 전에 탈북한 새터민, 마을활동가, 가정주부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였는데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평화와 통일을 발목 잡는 장애물에 대한 생각,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주고받았다. 작은 원탁회의였지만 이 모습이 울산이라는 공동체, 나아가 대한민국 안에 통일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가 상존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야기하고 듣는 과정에서 견해차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서로 통일에 대한 열정과 하나의 마음을 나눴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이 토론을 통해 평화 통일을 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합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일은 대박이 아니다. 과정이다. 이미 70년의 질곡의 과정이 있었고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가야할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지난 2년간 3번의 남북정상회담, 2번의 북미회담을 겪으면서 우리는 ‘로또’ 맞은 것처럼, 또는 갑자기 하늘에서 선물이 내려오는 것처럼 통일이, 한반도의 평화체계가 그렇게 다가 올 것 같았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미국이, 중국이, 국제적으로 얽힌 복잡한 세계정세가 통일이라는 선물을 주는 게 아니란 것을, 그리고 그런 기대는 뜬구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고 그 후에 열린 한미정상회담도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자 비핵화 논의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정부의 중재노력에 대한 비판이 안팎으로 거세지는 등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전히 개성공단은 멈춰있고,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러 갈 수도 없다. 핵문제로,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남북교류도 제자리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한반도의 주인은 국제사회도, 정치인도 아니고 이 땅에 살며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바로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견해가 다를 지라도 서로 소통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통일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이 함께 한 약속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주춤한 남북관계가 다시금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올해는 의미있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DMZ 민(民)+평화의 손 맞잡기 행사’가 오는 27일 오후 2시 27분에 계획돼 있다. ‘꽃 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분단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DMZ)가 평화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이 땅의 주인인 민(民)이 DMZ로 가서, 비무장 지대 서쪽인 강화도 임진각에서부터 동쪽인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500km 구간을 인간 띠로 연결하는 ‘평화의 손 맞잡기’ 행사이다. 울산에서도 태화강 십리대밭에서 오는 27일 오후 2시 27분 ‘평화의 손잡기’ 행사가 열린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종교를 넘어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석할 것이다.

통일로 가는 길은 남북이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공동체 안에서부터 수많은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손을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예전 올림픽 때 유행하던 코리아나의 노래가 생각난다. 오는 27일, 태화강 십리대밭으로 가서 손을 맞잡자. DMZ 평화 손잡기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에 놓인 DMZ라는 벽을 무너뜨려 마음과 마음이 손잡고 통일의 봄을 앞당기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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