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를 두고 국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실 앞에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펼쳐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를 그만두고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것)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국회법 48조 6항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내달 7일까지인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오 의원의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다만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의 특정 상임위원 사보임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사유를 검토해 관례상 대부분 허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당의 항의 방문 과정에서 문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았고, 문 의장은 쇼크 증세로 병원에 후송됐으며 현재 입원 중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에 문 의장은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면서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답변에 대해 나 원내대표와 동행한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권성동 의원은 상임위원 사보임과 관련한 국회법을 언급, “의장이 규정을 지키려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의장직을 그만둬야 한다”며 의장직 사퇴를 외쳤다.
거친 설전 속에 일부 의원은 국회 직원들과 서로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문 의장은 “국회가 난장판이다. 의장실에 와서 뭐 하는 것이냐”며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고 소리쳤다.
급기야 문 의장이 건강에 이상을 호소, 의장실을 빠져나가면서 항의방문은 30분만에 막을 내렸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고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는 의무진의 소견에 따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 대변인실은 한국당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고 여야 4당 역시 일제히 논평을 통해 한국당의 항의방문을 비난했다.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장외투쟁에 이어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로 마음 먹었는가. 국회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지적했고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국회의원과 국회가 국민의 모범이 돼야지 싸움과 억지가 난무하는 싸움판, 난장판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한국당의 행위는 초법적 발상이며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지적했고,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제1야당이 동네 뒷골목에서나 볼법한 행태로 국회의장까지 겁박했다"고 질타했다.
반면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2017년 자신의 사보임 요청을 정세균 전 의장이 거절했던 것을 언급, “문 의장께 호소드린다. 정 전 의장님의 현명한 선례를 존중해달라”며 “국회가 국민을 섬길 수 있도록 의회민주주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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