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8. 사연댐 용수 대체 지하댐 검토
 

사연댐 대체용수 확보 후 수위조절
타 지역 물 공급받는 것보다 효율적
퇴적층 두께 10m로 개발 문제없어
하루 3만~10만톤 용수 공급 거뜬

‘죽음의 강’ 살린 시민역량으로
대곡천 살려 문화도시 면모 갖춰야
역사문화·자연환경 조화된 공간
유네스코 보존 기준도에 충족

 
울산권 수자원시설 활용성 제고방안 기본계획(2017·수자원공사)에 포함된 대곡천 접합부 태화강 지하댐 개발 검토안. 자료제공 : 박창근 교수
박창근 교수

울산 대곡천은 지형학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물길에 모래사주가 발달한 전형적인 산지하천의 모습을 자랑하는 대곡천에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가 숨어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약 7천년동안 풍화에 견디어 왔지만,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되어 암각화는 홍수 때 물에 잠기면서 지난 50여 년간 훼손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1971년 반구대 암각화를 최초로 확인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최초 발견 시 있었던 그림 가운데 3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문화재 보존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로 귀결된다. 즉 암각화의 침수피해를 방지하는 보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에 설치한 사연댐의 영향으로 수위조절이 없다면 일년 365일 중 약 240일은 수중에 잠기게 된다. 문화재청은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으려면 사연댐 수위를 해발고도 52m 이하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 하루 3만톤 이상의 상수 원수가 줄어들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부족한 수량을 낙동강에서 끌어오면 수질이 악화된다며 문화재청의 수위조절론에 반대했다.
 

#암각화 침수문제 해결이 핵심

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현실적 핵심요소는 사연댐으로 인한 암각화의 침수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안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운영하는 방안과 사연댐 철거로 요약할 수 있다. 사연댐 철거가 대곡천의 자연성 회복과 암각화 보존에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지만, 댐 철거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결국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운영할 경우 부족한 용수 하루 3만톤을 확보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리고 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가 관건이다.

부족한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울산 밖에서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이고 또 다른 방법은 울산 내에서 대체수원을 찾는 방법이다. 울산 바깥에서 물을 구하는 방법은 운문댐, 임하댐, 영천댐 등 인근 지역에서 가져오는 방법과 낙동강 물을 추가로 더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
 

#타지에서 용수확보 쉽지 않아

둘째는 태화강에 지하댐을 만들어 부족한 용수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울산 바깥의 다른 자치단체 댐에서 울산의 용수를 확보하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한대로 중앙정부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낙동강물을 더 가져오는 방법이다.

최근 울산시 용수공급 현황을 살펴보면 용수공급량은 하루 166만톤인데,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수량은 하루 127만톤으로 약 77%에 이른다. 낙동강물은 대부분 공업용수(하루 111만톤)로 이용하지만, 생활용수(하루 55만톤)의 29%인 하루 16만톤을 낙동강물로 공급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공업용수 사용량이 많은 울산은 물이 부족한 도시이고, 따라서 낙동강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울산시민들이 낙동강물이 깨끗하지 않아 생활용수로 부적절하다고 우려하지만, 대구·경북·부산·경남에 살고 있는 천만명 우리 이웃들은 낙동강물을 먹고 있다. 울산은 생활용수를 고도처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전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그 중 29%는 낙동강물이다.

울산 내에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그동안 논의 되었다. 대표적으로 2000년 초에 소규모댐 건설을 위한 조사와 검토가 있었지만 결국은 경제성 검토에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검토 되었고 제시된 대체 수원별 특성은 표와 같다. 지금 시점에서 경제성,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지하댐 건설을 적극 검토해 볼 시점이다.

지하댐은 하천에 발달한 모래층에 하천을 가로질러 물의 흐름을 차단하는 차수벽을 설치하여 차수벽 상류에 저류하는 물을 펌프로 양수하여 지하수를 개발하는 시설물이다.
 

반구대암각화를 영구적으로 물 밖으로 꺼내기 위해선 사연댐 수위조절 또는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울산매일포토뱅크

#대곡천-태화강 만나는 지점 최적지

본인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울산권 수자원시설 활용성 제고방안 기본계획 수립(2017,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태화강에서 지하댐의 최적지는 대곡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지점 직하류로 분석되었다. 대곡천에서 태화강으로 유입하는 하천수를 지하댐에 저류시켜 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지점에서 퇴적층(대수층)의 두께는 약 10m 정도로 퇴적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지하수 개발이 용이하다. 하루 지하수 개발량은 최소 3만톤 이상이고, 태화강의 상황에 따라 최대 10만톤에 이른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운영함으로 인하여 부족한 생활용수를 지하댐으로 보충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역사업 평가분석에서 사연지구의 상류에 길이 710m 1안과 하류지점에 600m 길이의 2안의 2개 지하댐을 후보로 놓고 분석한 결과 1안은 B/C(비용편익분석)가 1.327, 2안은 1.341로 나와 경제성이 있어 개발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비용은 1안의 경우 댐 공사비 485억3,400만원, 정수장 건설비 312억3,000만원, 유지관리비 23억4,900만원(연간)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2안은 댐 공사비(472억5,100만원)가 약간 적게 들 뿐 나머지 비용은 1안과 같았다.
 

#연간 1,095만 톤 공급 가능

편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지하댐에서 연간 1,095만t의 물을 공급해 연간 73억3650만원의 수도요금과 18억6,150만원의 물이용부담금 등 총 91억9,800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북구 송정동 일원 동천강과 태화강 중류 유역을 조사했는데 사연지구 지하댐이 강에 영향을 덜 미치고 수질도 양호할 뿐 아니라 사연댐과 대암댐의 방류수를 활용할 수 있고 인근의 천상정수장과 인접해 있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송정동 일원의 동천은 경주와 북구지역에 대규모 산단이 있고, 인근에 농소하수처리장이 신설될 예정이어서 수질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동해남부선 철도의 영향으로 지하댐 건설 범위가 제한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을 지역현안사업으로 설정하였고, 울산시장은 2020년도 국가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민주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시는 2020년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했다.
 

#세계유산등재로 문화도시 면모를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과정에서 환경은 뒷전에 밀려나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울산시와 시민들은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생명이 사라진 6급수의 태화강을 1급수로 개선하여 울산시민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인류의 유산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암각화는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암각화가 울산에 있다는 사실이다. 공업도시 울산이 태화강을 살림으로써 환경도시로 이미지를 개선했고, 암각화를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여 문화도시 면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올바른 암각화 보존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원시의 자연하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대곡천이 살아있어야 암각화도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노력의 주체는 울산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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