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잇따라 ‘불기소’ 처분을 내놓으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도 사건 곳곳에는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다.

울산지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최근 밝혔다.

김 전 시장 동생은 형의 ‘시장’ 신분을 이용해 건설업자 A씨가 신축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적용된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공무원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향응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경우에 해당한다.

사건의 중심에는 김 전 시장 동생과 건설업자 A씨가 2014년 3월 작성한 PM(Project Management) 용역계약서가 있었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준공시점까지 ‘김 전 시장 동생(을)은 아파트 신축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기로 하고 30억원 상당의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업무범위는 △건설업자 A씨가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시공사와의 협의 업무 △신축 아파트 분양 및 분양관리업무 △타 시공사 선정시 협조업무 등이다.

당시 해당 아파트의 시행사는 이미 선정돼 있었는데, 건설업자 A씨는 이 시행사를 밀어내고 자신의 이권을 챙길 목적이었다. A씨는 스스로 고소장과 경찰 조사 등을 통해 “김 전 시장 동생이 형을 통해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취지의 입장과 진술을 수차례 밝혔다.

겉으로는 일반적인 용역계약서처럼 보이지만, 당시 별다른 건축 관련 자격증이 없는 김 전 시장 동생에게 용역 업무를 맡긴 데는 A씨의 주장대로 ‘뒷거래’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계약서에 또다른 ‘을’로 등장하는 회사도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이렇다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 당시 동석했던 지인 두명이 핵심적인 ‘키맨’이 됐다. 이들은 수차례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돌연 검찰 조사에서는 번복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 전 시장 동생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시청 고위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판단 기준은 다소 협소했다.

이들은 북구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의 편의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일반적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업체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공무원이 기대하거나 취득하는 이익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남용’으로 볼 수 있는데, 검찰은 그 ‘이익’을 ‘골프 접대’로만 판단했다. 레미콘업체 대표가 두 공무원에게 골프를 접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익’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레미콘업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인물이고, 이 때문에 두 공무원이 인사권을 쥔 김 전 시장으로부터 다른 ‘이익’을 기대하고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은 배제됐다.

이 레미콘업체 대표를 비롯해 김 전 시장에게 이른바 ‘쪼개기’ 수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한편 이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울산지방경찰청 간부 경찰관은 최근 SNS를 통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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