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상세검색

상세검색

 
검색기간

  ~  
섹션별
검색영역
콘텐츠 범위
검색어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어머님의 생일밥상
18면 기사보기 신문보기 JPG / PDF
  • 조기홍 바커케미칼코리아 부사장․울산공장장
  • 승인 2019.05.15 22:30
  • 댓글 0
뉴스NOW
열기/닫기
닫기 뉴스NOW

생일날이면 받았던 어머니 사랑이 담긴 밥상
그 밥상으로 행복하고 당당한 아이가 됐듯이
방법 다르지만 내 아이들에게도 그 사랑 표현

먼 훗날 내 아이들이 추억할 나의 모습 궁금

조기홍
바커케미칼코리아 부사장․울산공장장


이제 자식 노릇보다 부모 노릇에 익숙해 질 법한 나이지만 그래도 오월이 되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의 어린시절은 남아 선호사상이 있어 꼭 남자 형제 생일 때는 어머님께서 새벽에 일어나 새 옷으로 정갈하게 갈아 입으시고, 5일장에서 사 온 큼직한 조기와 각종 산나물과 같은 몇 가지 특별한 반찬과 찰밥을 밥공기보다 상부에 올라온 밥 양을 더 많게 해 미역국과 함께 풍성한 생일상을 준비해 조상님들께 자식 잘되어 달라고 예를 갖춘 후 식구들과는 별도로 차려 그날만큼은 생일상, 아버지상, 식구들 상으로 3가지 밥상을 차려 생일날 하루 만큼은 우리 형제들의 어린시절을 최고로 대접을 해 주셨다. 생일을 맞이한 그날 만큼은 온 종일 우쭐한 기분으로 동네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형제들이 모이면 어릴 적 어머니의 생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어머님의 정성 덕분에 우리 모두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되새기곤 한다.

그 때는 어려서 그 수고로운 정성을 몰랐었다. 그리고 철들은 지금은 직접 지은 밥상을 어머님께 드리고 싶어도 이미 그분은 수십 년 전에 작고하셔서 내 곁에 안 계신다. 어머님이 살아 계신다면 손수 따뜻한 밥상을 차려 드리고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서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싶다.
30∼40대를 지나면서 나 역시 자식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 나 역시 가부장제의 산물인지라 일 한다는 핑계로 주말에도 집에 잘 없던 무심한 아비였다. 그러다 어느 날 장성해진 아들을 보며 나는 저 아이에게 어떤 기억을 주고 있을지 문득 걱정이 됐다. 아예 그네들의 기억 속에 내 자리는 없는 건 아닌지.


서먹한 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을 할까 궁리하다가 아들의 군 생활 때부터 객지에서 집에 오면 서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 주변 공중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그 동안 끊어졌던 대화를 나누며 부자지간의 쌓였던 앙금을 털어 버리는 자리를 만들어 오고 있다. 나는 어머님께 받은 내리사랑 보다는 비교되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녀의 성공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 내리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뭔가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크게 느끼는 것이 있다. 내가 어머님의 생일 밥상에서 받았던 정성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듯, 내 아이들도 그 형태는 다르겠지만 내 아내와 내가 준 관심과 사랑을 힘으로 이 험난하고 차가운 세상 속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 내가 받았던 사랑은 어머님의 밥상에 올라온 고봉 밥 같은 은근하고 뜨거운 사랑이었다면, 지금에 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주는 사랑은 아들의 등을 밀어주며 두런두런 주고받는 다정한 대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효를 사람됨의 기본으로 삼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후준비를 잘 하는 것이 자식들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식들을 효도하는 자식으로 남아있게 하려면 우선 부모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 어떤 모습이든 부모와 자식 간의 내리사랑은 관계를 타고 유유히 세대를 건너 흐른다.
그러나 자식의 성공과 행복이 부모의 행복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당연하게 통용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부모라는 역할보다 개개인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의 삶을 누리고 싶은 본능이 있다. 자녀에게 모든 걸 다 내리쏟는 사랑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 사랑을 조금 아껴 두자. 인생 백세 시대에 품 안의 자녀들이 떠나간 자리에서 분명 내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을 위한다고 품 안의 자식으로만 보지 말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훌륭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일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님의 밥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당당한 아이가 되었듯이, 방법은 다르지만 내 자식에게 내 어머니의 밥상처럼 따스한 사랑과 온정의 힘으로 세상을 열어 나가게 하고 싶다.
먼 훗날 내 아이들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추억하게 될까 새삼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 문의

조기홍 바커케미칼코리아 부사장․울산공장장

icon오늘의 인기기사
댓글 (200자평) 0
전체보기
※ 비속어와 인신공격성 글 등은 바로 삭제됩니다.
특히, 근거 없는 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200자평)운영규칙 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44740) 울산광역시 남구 수암로 4 (템포빌딩 9층)  |  대표전화 : 052-243-1001  |  팩스 : 052-271-8790  |  사업자번호 : 620-81-14006
등록번호 : 울산,아01104  |   등록날짜 : 2017년 7월 13일  |  발행·편집인 : 이연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원
Copyright © 2019 울산매일. All rights reserved. 온라인 컨텐츠 및 뉴스저작권 문의 webmaster@iusm.co.kr RSS 서비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