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안동 하회마을 동쪽에 병산서원이 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병산이, 남쪽으로 서원이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흔히 보이는 누마루(만대루)가 나오고 누하진입(누각 아래를 통해 진입)으로 계단을 올라서면 서원 중심 마당이 나온다.

중심 마당 좌우로는 유학생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다. 마당 위로는 강학공간인 입교당이 있다. 입교당 대청마루에 앉으면 병산서원의 명성과 한국 건축의 진면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 건축가들이 우리나라 최고 서원 건축으로 꼽는 병산서원의 건축가는 서애 유성룡이다. 건축가가 땅의 경사를 얼마나 섬세하게 신경을 썼는지, 긴 만대루 너머로 주변 자연한경이 수직적 위계를 가지며 눈에 들어온다. 만대루의 긴 지붕위로 병산이 들어오고, 지붕과 마루 사이에는 낙동강이 들어오고, 마루 아래로는 대문 너머의 길이 들어온다.

조선시대 서원(書院)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중종 38년(1543)에 건립한 최초의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달성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등이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와 달리 향촌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사설학교다. 지역에 은거하던 사대부가 후학을 양성하고 선배 유학자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한국 서원은 유교가 발달한 조선의 건축물로서 성리학의 전파를 이끌고 정형성을 갖춘 건축문화를 이룩했다”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9개 서원의 연결 스토리를 엮는데 주력했다. 9곳이 100년 안에 순차적으로 세워지면서 초창기 서원 모델을 완성해 가는 단계를 보여줬다. 이후 성리학의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스토리를 강조한 것이 3년만의 재도전 끝에 등재가 확정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원의 재발견이 현대 학교 건축에도 새로운 정체성을 불어 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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