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만드는 축제’ 오픈토론회 수차례 개최
축제 정체성 담긴 ‘러브웨일 프로젝트’로 시민 교감
투명한 집행·열정적 업무 수행 등 역할에 충실 약속

 

황인찬 남구고래문화재단 청년문화자문위원장

인체 세포는 지금도 끊임없이 분열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주기활동을 벗어난 세포들이 활개를 치기도 한다. 정상 세포를 밀어내고 안착해 정작 인체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급기야 죽음을 초래하기까지 하는 세포가 있다. 이러한 세포를 의학 용어로 ‘악성종양’(Malignant Tumor)이라 부른다.

울산 문화예술계 요직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전문성도 부족하고 대의보다는 사리사욕에 치우쳐 정작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로 인해 능력 있는 인재들의 서식처는 줄게 되고 타 지역으로 떠나는 이도 많이 보게 된다. 시장원리에 의해서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분들은 소멸하기는커녕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이용해 오히려 영향력을 더욱 행사한다.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비단 울산뿐이겠느냐만, 능력보다 인맥을 중시하는 풍토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오래된 병폐다.

필자는 그 종양 덩어리 같은 실체를 덜어내기 위해 병든 몸을 해부해 도려내고자 했었다. 그러나 들여다볼수록 곳곳에 전이가 진행됐고 이미 3기 수준(?)의 불치 수준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부끄럽지만 후환이 두려워 큰 덩어리만 잘라내려는 시늉만하다 덮어두고 냅다 도망쳐버렸다. 한동안 겁쟁이마냥 조신하게 지내고 있을 무렵에 고래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장생포럼에 참여했다. 그저 실적을 위해 벌이던 형식적인 토론회가 아니라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현안에 대한 문화적 해결을 도모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같아 꽤 고무적이었다.

포럼도 포럼이지만 이후 고래문화재단은 청년문화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실 여러 지자체 산하에도 청년정책 협의체, 원탁토론회 등의 이름으로 청년 중심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었으나 활동 사항을 보면 해당 기관의 대외적 이미지 포장을 위한 거수기 조직일 뿐 기능은 한정적이고 결과물도 의례적이었다. 그런데 청년문화자문위원회는 출발점부터 다른 지자체와는 달랐다. 여기에 모이는 위원들은 남구청과 고래문화재단 정책에 대해 때로는 신랄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발언하기도 한다. 주최한 측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법도 한데 매번 구청장 이하 재단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은 경청하며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간다. 또한 모바일메신저에서도 위원회와 재단 그리고 남구청 관계자들은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며 격렬한 공방이 벌어진다.

고래문화재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요한 사안일수록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했다. 울산 시민이 함께 누리는 고래 축제를 만들기 위해 주민 의견 수렴 오픈토론회를 수차례 진행했고, 최근에는 고래 해커톤을 개최해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무박 2일 동안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시민들로부터 발의된 참신한 고심이 고래 축제 때 반영될 수 있도록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았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집행으로 귀한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러한 노력으로 재단과 고래 축제의 정체성이 담겨져 있고 울산의 남녀노소 모두가 교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태화강에 띄웠다. 그것이 바로 ‘러브웨일 프로젝트’이다.

필자는 도시브랜드의 시작은 그 대상과 일대일 대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울산=고래, 이 필요충분조건을 완성하기 위해 먼 바다의 고래를 시민들이 머무는 태화강으로 데리고 와서 일상화시켰고 미적인 아름다움과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고래 형상을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명물이 됐다. 수 만장의 사진이 포스팅 되고 그 사진에는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언제 울산에 이런 이슈가 있었던가.

고래문화재단의 이 같은 행적이 결코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집행과정은 투명하게, 업무는 열정적으로’ 제 역할을 다한 것일 뿐이다. 바른 생활을 통해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병 또한 물리칠 수 있듯이 지속적으로 고래문화재단의 정상적인 행보가 울산문화예술계에 건강한 기운을 발산하기를 소망한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또한 매의 눈으로 지속적으로 지켜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시민이니깐 말이다. 이제 곧 고래축제다.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2019년 울산고래축제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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