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안한다"→"하기 싫다"→"자기 머리 못깎아"
미묘하게 달라진 뉘앙스
'친문.친노' 주류 '유시민', 총선 출마? 대권?

양정철: 이렇게 거침없고 딱 부러지는 분이 자기 앞길을 명확하게 결정 못할까?
유시민: 원래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아아요.  
김어준: 남이 깎아달라는 거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 문화제'에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대화다.  

양 원장과 김 총수의 부추김에 유 이사장이 은근슬쩍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양새다. 

이런 유 이사장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의 언행과 비교해보면, 미묘하게 달라진 점을 알 수 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식에서 "저는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 출마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잘라 말했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유튜브 방송 '고칠레오'에서는 정계복귀와 대권 출마 가능성 등에 대해 "대통령이 안 되고 싶다.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은 안 맡고 싶다"고 했다.  

정리하면,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출마 없다'에서 '하기 싫다'를 거쳐 '자기 머리는 자기가 깎는다'고 발언이 변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불출마나 정계 은퇴 선언이 종종 번복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이사장도 결국 정계복귀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해 유 이사장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유 이사장의 상황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비유하기도 했다.  

노무현재단 초대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결국은 대권 행보로 접어들었듯, 유 이사장도 여권의 위기감 속에 차출론이 나오면 부름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양 원장이나 김 총수 등 여권의 '유시민 러브콜'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내년 총선, 나아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과 연관돼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의 '잠룡'들이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권가도'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여전히 살아 있는 대권주자로 평가 받긴 하지만, 민주당의 주류로 인정 받는 '친문.친노' 계파는 아니다.  

유 이사장은 '친문.친노' 계파의 정통성을 인정 받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향후 대권에서도 이 총리.박 시장과 함께 흥행을 이끌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당장 유 이사장의 총선 출마설이 여권 내부에서는 조금씩 흘러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아직은 정계복귀에 대한 명확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2013년 2월 갑작스럽게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며 "열에 하나라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달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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