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폐수의 유입으로 악취가 심하게 발생하는 모판의 모습. 모가 고사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 북구지역 농지에 오폐수 유입으로 모판에 있는 모가 고사해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성들여 키운 모판에서 심각한 악취까지 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모판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북구 창평동 원지경로당 인근 농지에서 이른 아침시간부터 농민들이 모판을 살피고 있었다. 모판에 심어진 모를 만지던 농민들은 한숨만 수차례 내쉬었다.
이날 취재진이 정상생육의 모판과 비교해 살펴보니, 고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판에서는 하수구 냄새 같은 악취가 심하게 났고, 뿌리가 제대로 얽히고설키지 못해 모판에서 쉽게 뽑혀 나왔다.
농민들은 이달 초에 모가 어느 정도 죽어가는 것을 확인했지만 당시 기온이 급격히 낮아진 탓에 냉해피해로 보고 무심결에 넘겼었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모의 생육상태가 냉해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모판을 자세히 살펴봤고, 심한 악취와 뿌리의 고사 등을 확인했다. 이에 농지 곳곳을 확인했고, 귀퉁이 벽면에서 균열과 함께 농수로가 아닌 오수가 유입되는 것을 발견했다.
농민 A씨는 “3년 전 농지 옆 도로를 확장하면서 오수관로를 매설했는데, 이 관로에서 문제가 발생해 오폐수가 유입되고 있다”며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운 심정을 표출했다.
인근 송정동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있는 폐수가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농수로를 거슬러 올라 확인해 보니 달걀껍질, 먹다 버린 배추 잎 등이 발견됐다. 지난 3월에도 농지에 먹다 버린 생선대가리가 떠내려 오는 등 문제가 있었고, 박상복 의원을 비롯한 건설과 직원들이 농수로 정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또 도시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모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농민 B씨는 “농지 인근에 식당에 생기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구청에서 식당허가를 어떤 의도로 내줬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논에 손을 담그고 일을 하는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오폐수의 유입으로 피해가 확인된 모판만 5,000여개, 이 모판의 처리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모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이날 확인한 결과 이마저도 고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북구의회 박상복 의원은 “지난주에 현장을 확인했을 때는 모의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며 “지역경제도 어려운데, 농민들의 근심마저 늘어가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빠른 대응을 통해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고 더 이상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계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을 확인한 북구청 농수산과는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울주군 등에 연락해 모판을 미리 확보하는 등 농민들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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