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개인의 무의식 속 기억창고를 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우리나라 60~70대는  1960~70년대 팝송문화와 함께 꿈을 키우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음악은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삶의 배경에 흐른다. 그렇게 삶의 곳곳에 묻어 있어 어떤 기억을 떠올렸을 때, 음악을 들으면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될 대로 돼라’ 혹은 ‘될 것이다’는 뜻이다. 1960~70년대 추억의 노래가사다. 1956년 거장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주제가 ‘왓에버 윌 비, 윌비(Whatever Will Be, Will Be)’의 노래 가사 중 한 구절이다. 노래를 부른 할리우드 배우 도리스 데이가 5월 13일 97세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카멜벨리 자택에서 별세했다.

도리스 데이는 생전에 장례식은 치르지 말고 묘비도 세우지 말라고, 활동해 온 동물 보호재단에 부탁했다. 가수로 데뷔해 1950~1960년대에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불멸의 히트곡까지 남긴 도리스 데이는 당대 최고의 흥행 스타였다. 오드리 햅번, 메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스타들과 활동 했지만 노래하는 배우로 영향력이 더 컸다. 1980년대 은퇴 이후에도 가수활동을 이어갔으며 말년에는 동물보호재단 활동에 주력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억이 음악을 아름답게 편곡해 주는 역할을 한다면 음악은 추억을 그럴듯하게 편집해 주는 역할로 보답한다. 청춘의 서글픈 순간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으로 보상해 주는 애절한 음악이 있다.

모든 기억이 사진처럼 영상처럼 기억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음악의 멜로디와 노랫말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노래가 흐르던 그 때가, 혹은 그 때의 누군가가 그립다는 뜻일 수도 있다. 1960~70년대 대한민국 청춘이 ‘될 대로 돼라’며 흥얼거렸던 ‘케 세라, 세라’는 힘들었던 한 시대의 ‘울부짖음’이고 ‘하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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