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분석…"아시아 반도체 수출 51%가 중국행"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제한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기술 강국들의 주요 성장동력인 반도체 수요의 초기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씨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하는 반도체의 절반을 넘는 51%를 사들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중국과 홍콩은 한국이 수출한 반도체의 69%, 대만의 56%, 베트남의 51%, 일본의 43%, 말레이시아의 39%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은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아시아 반도체 선행지수'가 올해 1월부터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현저히 정체됐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갈등과 금지령이 장기화하면 전자제품 재고를 다시 채워 넣으려는 중국의 노력은 약화하고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체 수요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 반도체를 대신해 한국 제품을 더 사게 되면 아시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일부 상쇄될 것이라고 씨티는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수출 부진을 반도체 수요 약화의 증거로 지목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1.7% 감소해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한국 수출의 20%가량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33% 급감했으며 대중국 수출은 15.9% 줄었다.

DBS 그룹의 마톄잉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은 미·중 수요를 해치며 아시아 전자업체들은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턴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성장 둔화, 기반시설과 소비자 지출에 더 의존하는 중국 부양책과 성장률, 기술 성장주기의 약화가 모두 경제활동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성장률이 향후 수개월 동안에도 중국 부양책의 혜택을 보겠지만, 그 파급력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이 세계 경제의 최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프린서플 인베스터스의 선임 글로벌투자전략가인 시마 샤는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이 되고 있다는 징후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런 추세가 더 진행될수록 2차 피해가 커질 것이며 특히 아시아와 미국에서 그렇지만 파급효과는 세계적으로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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