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법인분할)’을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도 노사 대리전이 벌어졌다.
울산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서경희)는 22일 501호 법정에서 현대중공업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해양지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회사는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하기로 예정된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노조가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회사 측이 신청한 내용은 주주총회 당일 출입문이나 출입경로를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임직원의 출입을 막는 행위, 노조원들이 소수 의결권을 분할 위임받아 주주총회에 참여해 진행을 지연시키는 행위,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행위 등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부의 중재로 양측 변호인이 쟁점 사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노조 측 변호인은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사측은 우려되는 행위에 대한 소명 자료도 없이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노조와 조합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 측 변호인은 “노조는 소식지 등을 통해 ‘물적분할’이나 주주총회에 대한 반발심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2017년보다 거세다”며 “노조나 조합원이 하지 않을 행위라면, 이를 금지한다고 해서 입게 되는 불이익 또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물적분할’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노사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노조 측 변호인은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물적분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기업결합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지금의 모습은 주객전도”라고 운을 뗐다. 변호인은 “분할계획서 상 신설법인이 상당수 부채를 떠안게 되는데 경영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어려워지고, 하청업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주주 몇명이 봉을 두드리고 처리할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 변호인은 “여러가지 시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같은 이유들이 주주총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면서 “회사는 노사실무협의체를 통해 대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단체협약 승계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회사 측 변호인은 “최근 회사가 담화문을 통해 단협 승계를 약속했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에 노조 측 변호인은 “담화문에 예시로 든 것은 당연히 자동 승계되는 규범적인 부분에 대한 것일 뿐, 노조 활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23일 오후 4시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소명자료를 받은 뒤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파업을 이어나갔다. 조합원 수백명은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고 서울 대우조선해양 사무실 앞과 현대빌딩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이 참여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울산 본사에서 오후 1시부터 4시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오는 31일 주주총회까지 파업을 이어가며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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