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 12.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의 자연유산적 가치 

‘감입곡류하천’ 대곡천은
자연경관 빼어나 ‘한폭의 수채화’

옛 물결 흔적 ‘구하도’·공룡 화석
1억년 전 중생대 퇴적암지층도 절경

황조롱이·수달·솔부엉이·삵

노랑머리 분꽃 등 자생 동식물 지천

자연·역사문화 녹아있는 복합경관

세계유산 등재 전 ‘명승’ 지정 필요
 
반구대암각화를 품은 대곡천은 깊은 산세를 마치 뱀이 휘감고 돌아가는 일명 감입곡류하천으로 수 많은 자연, 역사문화적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대곡천의 곡류로 빼어난 절경을 보여주고 있는 반구대 일원.(울산매일 포토뱅크)
 
공달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그 외 이름 없는 많은 각자(刻字)와 암각화들까지 대곡천 암각화군의 문화유산적 가치는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다. 그에 비해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에 숨겨져 있는 자연유산적 가치를 발굴해 내고 재조명하기 위한 자원조사는 201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한반도 지질 다양성 조사-울산편」과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의 지질유산」이 그 시작이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후 짧은 시간에 다양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그 성과도 좋았다. 암각화군에 쏠려있는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자연유산과 다른 유산적 가치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할애하여야 한다.
 
UNESCO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 전문기관(ICOMOS, IUCN)의 현지 실사를 받게 된다. 이때 이들의 공통된 평가요소 질문 중 하나가 ‘해당 유산 외에도 다른 문화적·자연적 가치를 지니는 요소들이 존재하는가?’이다. 이 질문 역시 자연유산적 가치 발굴과 재조명이 필요한 이유이다.
 
#암각화군 일원은 지질 및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은 깊은 산세를 마치 뱀이 휘감고 돌아가듯 굽이굽이 흐르며 발달한 하천지형(일명 감입곡류하천이라 함)이 주변의 산봉우리, 기암괴석들과 어우러져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병풍 속에 그려진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 같으며 이곳에는 1억년의 시간 속에 잠들어있는 대곡천의 보물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몇 가지 보물을 말하자면, 울산의 구곡문화(九曲文化)를 만들어 낸 감입곡류하천지형과 옛 물길이 흘렀던 흔적인 구하도(舊河道), 한 여름 시원한 바람이 넘쳐나는 풍혈(風穴), 그리고 책장을 쌓아 놓은 듯 켜켜이 쌓여 있는 1억년 전 중생대 퇴적암 지층의 아름다운 모습과 반구대(盤龜臺)로 대표되는 절경들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켜켜이 쌓여있는 지층의 책장을 살포시 넘기면, 1억년 전의 환경을 알려주는 물결자국, 빗방울자국(우흔), 건열 및 사층리 등의 다양한 퇴적구조들과 함께 크고 작은 공룡발자국들, 그리고 저서성 생물들이 남긴 생흔화석들이 지층 속에 많이 남겨져 있다.
 

대곡천은 자연및 역사문화경관으로 부족함이 없다. 반구대암각화 전면 발굴 때 발견된 공룡화석 군락.(울산매일 포토뱅크)

특히 공룡발자국의 경우, 울산시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의 80%이상이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에서 발견되었으며, 2018년 반구대 암각화 제2차 발굴조사에서는 보존상태가 매우 좋은 육식공룡발자국 외,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중생대 척추동물의 발자국이 발견되어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도 다수 발견돼

또한, 대곡천의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수달,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삵, 흰목물떼새, 새호리기 및 한국고유종인 각시붕어, 가지유령거미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7종의 한국특산식물과 멸종위기종 2급인 노랑무늬붓꽃을 포함하여 83과 267종의 자생식물을 계절별로 만날 수 있다.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에는 이 외에도 많은 자연의 보물들이 숨어 있다. 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가질 필요는 없다. 단지 이들은 암각화군의 가치를 높여주고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곡천은 자연및 역사문화경관으로 부족함이 없다. 반구대앞 집청정.(울산매일 포토뱅크)
#세계유산 등재 전 암각각화군 일원 국가 명승 지정 돼야

국제적으로 자연유산으로 통칭하는 대상물을 우리나라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과 ‘명승’으로 구분하여 문화재로 인식하고 관리한다. 천연기념물이나 명승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다는 것은 유산 자체의 물리적 보호와 학술적 연구에 대한 토대가 마련되었고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 전에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은 유산의 성격상 천연기념물보다 명승에 부합한다. 명승은 크게 ‘자연경관으로서의 명승’과 ‘역사문화경관으로서의 명승’ 혹은 이 둘이 섞여있는 ‘복합경관으로서의 명승’으로 나눌 수 있다.

대곡천의 감입곡류지형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계곡과 하천경관을 이루는 지질·지형학적 특별함 및 동·식물의 생태적 가치는 대곡천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경관으로서의 명승’이라 불리어도 부족함이 없다.

대곡천은 자연및 역사문화경관으로 부족함이 없다. 대곡천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울산매일 포토뱅크)

또한, 예로부터 반구대 일원은 대곡천 유역을 중심으로 한 경승지로 고려 말 문신인 정몽주(鄭夢周, 1337~1392)가 방문하여 남긴 시로 인해, 언양현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정몽주가 이곳 경치와 풍광에 반해 자주 방문하여 포은대(圃隱臺)라 불리었으며, 이후 명성을 따라 반구대를 방문하였던 여러 선인의 이름과 학(鶴)그림 등이 반구대 바위에 새겨져 있어 당시 문화교류의 장으로 반구대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권해, 이만부, 권상일, 최종겸 등이 남긴 시와 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반구도(盤龜圖), 옥소 권섭(玉所 權燮, 1671~1759)의 남행일록(南行日錄)과 공회첩(孔懷帖), 그리고 교남화첩에 실린 ‘언양 반구대’ 등의 자료에서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등 반구대 일원이 갖는 장소의 역사문화적 가치는 매우 우수하다.

이 또한 대곡천이 ‘역사문화경관으로서의 명승’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곡천 암각화군 일원은 ‘자연경관’과 ‘역사문화경관’의 핵심요소가 모두 녹아있는 ‘복합경관으로서의 명승’이라 할 수 있다.

#복합경관으로서의 명승으로 재조명 필요

문화와 자연은 두개가 아니고 하나이다. 대곡천의 자연 속에 암각화군의 문화가 있고, 대곡천 암각화군의 문화적 중요성과 다양성은 대곡천의 자연과 어우러져 숨 쉴 때 더욱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유산적 가치 발굴과 재조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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