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1800년 이탈리아 피에드몬트에서 벌어진 ‘마렝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 군을 격파한 나폴레옹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보급 부대가 아직 최전선까지 도착하지 않아 부관이 병사들을 내보내 식량을 징발해 오도록 했다. 급한 대로 챙겨온 먹을거리가 암탉 한 마리와 달걀, 토마토 등이었다.

취사병은 닭고기를 기름에 튀겨 나폴레옹 장군에게 올렸다. 나폴레옹은 이날 먹은 닭튀김 요리를 마렝고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치킨 마렝고’로 이름 붙였다.

‘치맥’ 열풍에 이어 한국의 치킨집이 전국에 8만7,000개에 이르나 창업하는 곳보다 폐업하는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심하고 매출이 줄어들어 2018년에는 6,200개가 창업한데 반해 8,400개가 폐업했다. 8만7,000개 치킨집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만4,602개 였다. 이는 전국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11만6,000개)의 약 21%에 이른다.

최근 크게 늘어난 커피전문점(1만3,643개) 보다도 1만개 이상 많다. 지역별 1등 치킨 브랜드 역시 다양하다. 서울에선 ‘BBQ(268개)’의 매장이 가장 많은 반면 울산은 ‘처갓집 양념치킨(36개)’과 ‘지코바(38개)’ 등이 많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치킨집까지 포함했을 때 시·도별로 경기도가 1만9,253개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서울(1만4,509개), 경남(5,904개), 부산(5,114개) 순이었다. 닭고기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지만 인건비 등 운영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치킨집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8년 8,400개가 폐업한 치킨집을 보면 한국 자영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자영업 종사자는 약 570만명으로 근로자 가운데 25.4%나 된다. 미국(6%), 독일(10%), 일본(10%)의 3~4배다. 치킨집 같은 자영업 창업이 많은 것은 직장에서 퇴직한 중장년층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자의 80%가 5년 안에 문을 닫고, 지나친 경쟁으로 폐업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치킨 전쟁'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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