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정두리 시인의 ‘물, 물소리’ 육필원고  
 

물, 물소리

시냇물은 그 속에
모난 돌을 품었기에
맑은 소리를 낸다 했어요
돌 돌 돌, 돌을 굴리느라고
물은 가슴에
얼마나 홈이 패었을까요?
그러고도 맑을 수 있는
물, 물소리


●냇가의 물소리를 들어본 지도 참 오래다. 낮은 곳으로만 흘러가는 저 물소리. 무욕의 소리이면서 비움의 철학이다. 흐르는 물은 돌을 궁굴려 모를 깎고, 목마르지 않게 이끼를 적셔주고, 품에 안은 가족들까지 돌본다. 그러면서 더 큰 깨달음을 위해 바다를 향해 멀고 긴 고행을 서슴지 않는다. 예부터 세심(洗心)이란 말은 세상살이에서 앙금 진 때를 물소리로 씻으라는 뜻일 게다. 요즘은 내(川)가 다 말라버린 탓일까. 세상의 때가 너무 많이 보인다.


●시인 정두리(鄭斗理·1947년~ ). 경남 마산 출생. 단국대학교 국문과 및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석사) 졸업. 1982년 「한국문학신인상」에 詩 『뜨개질』 당선으로 문단 데뷔.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유리안나의 성장》, 《겨울일기》, 《낯선 곳에서 다시 하는 약속》, 《바다에 이르는 길》, 《바람의 날개》 외. 동시집 《서로 간지럼 태우기》 외 십여 권. 동화집 《별에 닿는 나무》 등 다수. 2006년 스페인어 번역 동시집 『찰코의 붉은 지붕』으로 경기도문학상 대상 수상 외,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현대아동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단국문학상 등을 받음. 「연필시 동인」. 현재 〈새싹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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