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조원들이 지난14일 회사의 법인분할 주주총회 무효를 주장하며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울산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울산시민 여러분,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에 나왔습니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 원천 무효를 외치며 수천여명의 조합원들이 도심 거리로 나섰다. 6시간 동안 이어진 행렬을 향해 시민들의 응원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 빗속에서 18㎞ 행진
지난 14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에 나선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사무실 앞에 집결했다. 오전 10시께 풍물패의 꽹과리와 북소리를 선두로 ‘울산경제 다 죽이는 법인분할 무효’, ‘날치기 주총 원천무효’ 등이 적힌 흰 깃발이 나부꼈다. 빨간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은 부부젤라를 불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규모는 주최측 추산 3,000여명.
이들은 동구 남목고개를 넘어 현대자동차 정문, 효문사거리, 명촌교를 지나 태화강역에서 울산시청까지 18㎞를 걸었다. 길목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프랜지지회, 현대자동차 노조, 금속노조 울산지부, 민중당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노조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이끌었던 선배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후배들이 거대한 물결로 함께 모였다”며 “법인분할 무효투쟁 승리와 생존권 사수를 위한 일념으로 손을 맞잡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이어진 노조의 행진은 오후 4시께 시청 앞에서 마무리됐다.

# ‘불편’ 속 ‘응원’ 목소리
이번 행렬은 2개 차로를 통제하고 이뤄졌다. 지단별로 2개 대오로 나눠 행진을 진행했지만, 워낙 많은 규모가 참여하면서 행렬 길이는 전체 700~800m에 달했다. 길게 늘어진 행렬에 일부 구간마다 차량 통행에 불편이 이어졌고, 경적 소리와 ‘부부젤라’ 소리가 뒤엉키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의 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편’보다는 ‘지지’에 힘을 실었다.
아파트 곳곳에는 ‘현중조합원 모두가 반대하는 법인분할중단’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시민들이 베란다에 나와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상가마다 시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행렬을 지켜봤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행렬 옆을 지나던 차량들도 조합원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 노조, ‘청와대’ 앞 투쟁
도심 행진을 마친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으로 ‘대정부 투쟁’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17일 쟁대위원과 전문위원 등 간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이날부터는 각 지단별로 2박3일간 청와대 앞에서 상경투쟁도 펼칠 예정이다.
20일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 조합원 4시간 파업을 하고 원·하청 공동집회를 열고 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선다.
한편 노조는 17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700여명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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