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왕년의 대도(大盜) 조세형이 가정집에서 저금통을 훔치다 또 구속됐다. 81세의 좀도둑이 훔친 돈은 5만원이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추적한 끝에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붙잡았다. 왕년의 대도는 “생활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1970~1980년대 초 김준성 전 경제부총리, 삼성 이병철 창업주 장녀 고(故) 이인희씨 저택 등 부유층이나 사회 유력인사 집을 주로 털었다 해서 ‘대도’로 통했다. 그는 또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 일도 있어 ‘의적’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1982년 구속돼 15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후 사설 경비업체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말 선교 활동차 일본에 갔을 때는 갑자기 도심(盜心)이 발동해 도쿄시내 고급 주택을 털다가 붙잡혔고, 2004년 4월 귀국 후에도 빈집털이 등을 하다 검거됐다. 2015년 9월엔 장물거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15번째 수감된 뒤 2018년에 출소했다.

주목을 끈 것은 사설 경비업체 자문위원 시절 전국 곳곳에 초청돼 강연을 할 때였다. 그때 그의 방범 강연은 자신의 도둑질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명 강연으로 인기를 끌면서 상당한 강연수입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대덕구청이 개그맨 김제동을 초청, 청소년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1시간 30분 강연하고 1,550만원의 강연료를 주려다 논란이 일자 전격 취소했다. 김제동은 KBS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월 5,000만원 넘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엔 김제동이 문재인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강연 영상이 넘쳐난다.

그는 이미 충남 아산시에서 두 차례 강연하고 2,700만원을, 경기 김포시에서는 90분에 1,300만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여당은 대책 없이 2018년 말 강사법 시행을 밀어붙였다. 올 1학기 전국 대학에서 6,655개 강좌가 사라지고 시간강사 1만 명이 실직했다. 강사를 살려야 할 법이 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꼴이 되었다. 대학을 떠나는 `실직 시간강사 시대'에 대도의 방범 강연과 개그맨의 고액 강연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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