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후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주최측 추산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하청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제공)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올해 임금교섭 조건으로까지 내걸었는데, 하청 노동자들의 동참을 얼마나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오후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주최측 추산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하청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 4시간 파업에 돌입하고, 사업장을 돌면서 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운동을 벌였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노조 가입 설명회도 열고 있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 2,000명 이상이 가입하면, 곧바로 현대중공업과 하청 협력사들에 집단교섭 요구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원·하청 노사가 모두 교섭 테이블에 앉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교섭 때마다 반복됐던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 요구가 공문구에 그쳤던 점을 반성하며 “‘1사1조직’ 정신으로 법인분할 주총 무효와 하청임금 25% 인상을 쟁취하기 위해 전체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투쟁하고 함께 승리하는 강고한 단결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이같이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선 데는 노조의 조직력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1만7,000명 이상이던 현대중공업 정규직 조합원은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겪으며 1만2,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현대중공업지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으로 인적분할이 되면서 신설 현대중공업 소속의 조합원은 9,000여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사내하청노동자는 1만1,831명(3월 말 기준)에 이르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지난해 7월 ‘1사1노조’ 관련한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올 초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의원’도 선출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노조에 가입한 하청 노동자는 지난 3월 기준 100명 안팎으로, 가입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노조가 올해부터 직접 조직화에 나서고, 임금교섭의 전제조건으로까지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들이 마냥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하청 노동자의 경우 일감에 따라 유동적이고, 업체의 폐업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그동안 조선업 불황 등으로 임금도 30% 이상 삭감된 수준이며, ‘노조 활동’ 자체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게 하청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히 크다. 일부 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다른 사업장의 사례에도 비춰,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심리적 거리감과 불신을 극복하는 게 과제인 셈이다.
한편 회사는 생산작업을 방해한 조합원 13명을 추가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물적분할 주주총회장 점거와 파업 중 업무방해, 물리력 행사 등으로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고소·고발된 조합원은 8건에 95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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