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해 울산예총 고문
(1)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동족상잔의 비극 6.25
악몽의 그날, 일요일이라 군인들은 휴가가고 병영은 텅 비었는데
사람들은 곤히 새벽잠에 들어 세상은 평화로운데
북한 병들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탱크를 앞세우고
파죽지세로 쳐들어와 삼일 안에 서울을 점령했네.
한강다리가 무너지고, 신작로엔 등짐을 진 피난민들이 줄을 잇고
포성이 들릴 때마다 여기저기 시체들이 뒹굴었네.
피난민 열차는 목이 쉬어 우리 사는 호계역에 발이 붙었네.
우리 형님들은 전쟁터로 간다고 집집마다 작별에 마신 술에
벌겋게 취해 정거장 마당이 떠나가도록 군가를 불렀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붙들고 우는 사람,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소리, 고함을 지르는 사람
우리 어매들은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2)
군사우편은 사망통지서
논매다가 징발된 장정들이 한 줌 잿가루가 되어 돌아왔다.
전사통지서 받은 우리 아배 어매들은 땅을 치고 통곡했다.
가까운 곳에서 포성이 들려왔다.
경주, 안강 전선이 무너지고
이제 울산 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동네 어른들과 피난민들이 얼굴색이 변해 수군거렸다.
색새기(제트비행기)가 쌔색쌕 창공을 날아가고
신작로엔 미군과 터키부대 유엔군의
장갑차(탱크), 차량들이 뿌어연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사람들은 손에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환영의 함성을 질렀다.
 
(3)
B29기가 북녘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전투기들이 푸른 하늘에 은빛으로 빛났다.
“이기고 오너라 전투기들아”
우리들은 창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나라의 은인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의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4)
6.25 사변, 한국전쟁, 동족상잔의 전대미문의 전쟁은
주택도 사업장도 반넘어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다.
십오만의 국군사망, 십삼만의 실종, 70만의 부상, 1,000만의 이산가족
미군의 전사자만 해도 오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역만리에서 참전한 젊은 용사들 16개국의 유엔군 병사가
이 땅에서 목숨을 바쳤다.
아! 잊지 못 할 잊어서는 안 될
6.25! 가슴 아픈 이 땅의 슬픈 역사여!
 
[약력]
1942년 울산 북구 송정동 출생
농소초, 경북중, 경북고, 성균관대 졸
198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강산 녹음방초(민음사)」외 11권 출간, 시와 산문선집 1권 출간
이상화시인상, 성균문학상, 대구시협상, 예총예술문화대상 수상
울산문협 회장, 울산북구문화원장, 울산예총 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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