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재병원’ 두번의 대선공약 채택됐지만 흐지부지
올 초 ‘예타면제 대상’ 선정으로 300병상 규모 재추진
KDI 사업적정성 검토 등 거쳐 내년 설계 돌입 전망

 

강길부 국회의원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확정되었다.

필자는 울산 산재병원이 어떻게 추진되어 왔는지 그 역사를 남기고자 한다. 또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음 번 칼럼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울산 산재병원은 2003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산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산재병원을 요청하였고, 노 대통령은 노동부에 산재병원 검토를 지시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구용역 결과, 울산은 경제성이 없다고 나왔고, 대구가 먼저 산재병원을 짓기로 하였다.

이후 2007년 5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지스함 진수식으로 울산을 방문하였다. 그때 필자는 송철호 변호사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울산출신인 차의환 혁신수석이 배석하였다.

그 자리에서 송철호 현 울산광역시장과 필자는 울산자유무역지역 지정 건의와 함께 울산 산재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당시 노 대통령에게 고속철 울산역 건립, 울산국립대(UNIST) 설립 등에 대해 감사드리면서, ‘국가를 위하여 오랜 기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희생한 노동자들을 치료할 국립산재병원을 건립해 달라’는 취지로 말씀드렸다.

그때 노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의 반응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젊었을 때 사법시험 준비로 책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울산에서 막노동일을 한 것을 떠올리며, ‘아직까지 울산에 산재병원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문재인 비서실장도 ‘공업도시인 울산에 산재병원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당시 배석한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 2012년, 2017년 두 번의 대선에서 공약으로 채택되었으니 말이다.

모임이 있은 지 약 한 달 후인 2007년 6월 20일 경 이상수 노동부장관에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2007년 12월 대선을 치르면서 산재병원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산재병원은 2012년 중순 경 다시 본격화 되었다. 그 당시 본격화 된 계기가 있었다.

첫째, 2009년 UNIST가 개교하였는데, UNIST에는 생명공학부가 있었다. 당시 생명공학계의 석학이자 UNIST 총장이었던 조무제 총장과 서판길 부총장에게 ‘산재 재활과 생명공학이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라고 자문을 구했다.

그랬더니 ‘생명공학이 바로 산재 재활 아닙니까?’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즉시 산재병원을 울산에 건립하려는 속내를 이야기 하고는 UNIST에게 안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천우신조일까? 때마침 노동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노동부에는 전국 10군데 산재병원이 있었는데, 해마다 약 2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고자 의료수준도 높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산재모병원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당시 여성 노동부 차관은 ‘산재모병원은 노동부가 가야할 꿈’이라는 답변까지 하였다.

둘째, 필자가 2012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울산현안 해결에 앞장서게 되었는데, 산재병원은 꼭 해결하고 싶었다. 노동부, 기재부 등 관련부처와도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2012년 대선에서 울산 공약에 산재모병원이 포함될 수 있도록 공론화하였다.

또한 관련부처와의 협의 끝에, 노동부 자체 용역을 거쳐, 2013년 11월 경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이후의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면에서 밝히기 어렵지만, UNIST와 연계된 산재모병원을 무산시키려는 여러 가지 난항이 있었고, 예비타당성 조사는 6년 간이나 지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중순 경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울산 산재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시장의 노력 덕분에 이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올해 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사업으로 선정이 되었고, 300병상에 2천333억 규모로 병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DI에서 사업적정성 검토를 하고 있는데,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내년에는 설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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