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2017년 5월 11일 취임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5000명의 정규직전환을 약속했고, 올해까지 17만7000명을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약속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정규직 전환 갈등이 공공 부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노총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흘간 총파업에 나섰다. 이번 총파업을 주도한 학교비정규직은 영양사?조리원?돌봄전담사?시설관리사 등 교육 공무직 종사자들이다.

지난해 기준 14만2864명으로 이미 82%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정년 60세가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임금을 6.24% 일괄적으로 인상해 9급 공무원의 80% 수준에 맞추고 교육공무직의 법적 근거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과 진배없어 교육예산으로 감당할 수준인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파업사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장담했을 때 이미 예고됐던 바다. 교육 정책이 바뀔때마다 학교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처우가 열악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보다 정규직으로 신분만 서둘러 전환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공무원시험 출신 공무원과 공무직 사이에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취업을 준비중인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총파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조리원분들 고생하시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시험을 치고 일하는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원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차별이 아닌 차이’라는 얘기다. 올해에만 19만 5322명이 시험을 치렀으며, 합격률은 고작 2.5%다. 현직 공무원들도 허탈감을 표시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선 차별과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