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17년 전 해고자 문제를 조합원 총회 전면에 내세우면서 내부 진통이 가중되고 있다. 집행부는 ‘과거 바로세우기’로 조합원의 명예를 회복하고, 투쟁에 앞장선 조합원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강조했지만,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분분하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함께 ‘해고자 정리 역사바로세우기 총회’를 진행한다.

노조는 2002년 노사가 합의하고 당시 총회에서 가결된 ‘해고자 문제 정리를 위한 합의서’ 청산 대상 결정을 취소하는 안을 두고 투표할 예정이다.

‘해고자 문제 정리를 위한 합의서’는 1990년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불법 파업 혐의 등으로 해고된 조합원 13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해고된 조합원들이 해고 무효소송을 진행하자, 노사는 조합원 4명을 재입사시키고, 9명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청산’하는 안을 마련했다. 위로금은 노사가 반반 부담하고, ‘불복하는 해고자에 대해 노동조합은 생계비를 지급할 수 없으며, 추후 회사에 어떤 요구도 거론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안은 당시 노조 총회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과 함께 가결됐다.

박근태 집행부는 당시 조합원 총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합의안 내용이 총회가 임박해 공개됐고, 해고 당사자와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투표 용지에는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라고 명시돼,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호도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면서, 노조의 정당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물적분할(법인분할) 관련 투쟁으로 앞으로 해고자나 징계를 받는 조합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부 단결을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까지 물적분할 저지 파업과 관련해 조합원 600여명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4명이 해고 조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분분하다.

우선 물적분할 무효 투쟁과 올해 임금협상 등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쟁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소 늘어난 파업 참가자로 겨우 모은 동력으로 그동안 집행부가 미뤄뒀던 ‘민주노조’의 숙원을 해결하려 한다는 시선도 있다. 17년 전 해고자에 대한 복직이나 생계비 등 금전적 지원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태 노조지부장은 “당장 해고자에 대한 복직이나 금전적인 지원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합의안이 취소되면 관련된 내용은 다시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조합비 인상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더해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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