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절반 하루 1번 이상 보는데…막말에 음란·음주 방송까지

1인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도를 넘은 방송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지만 규제 없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어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방송들은 이미 어린이,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선정적인 방송을 심의할 제도적 장치가 더욱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막말·선정·음주 실정법도 위반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2014년부터 활동해 온 유튜버 A(23)씨는 온갖 기행 방송으로 인기를 모았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그의 말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동료 방송인의 생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하는가 하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장애인을 찾아가 "장애인을 낳은 부모가 죄"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유튜브, 팝콘TV 등 여러 방송 플랫폼은 그의 계정을 정지 조치했지만 A씨는 새 계정을 만들거나 플랫폼을 옮겨가는 방식으로 여전히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인기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단체 방송을 하던 도중 여성 출연자 B씨가 남성 출연자에게 특정 여성 인터넷 방송인을 보면서 성적 행위를 해봤냐는 내용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들의 이름은 며칠간 포털 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대중의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출연자 모두 현재까지 방송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여성이 인터넷 방송 도중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들어가 상의를 벗어던지고 민소매 차림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생중계하다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남성이 서울에서 술을 마시고 직접 차를 운전해 인근 숙박업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하다가 시청자들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 "관심이 곧 돈"…유명 BJ, 얼마나 버나

이런 막장 방송이 판치는 이유는 '돈'과 무관치 않다. 관심이 수입으로 직결되는 시장구조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선정성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의 경우 주 수입원은 사이버머니의 일종인 '별풍선'이다. 시청자가 별풍선을 구입, 자신이 선호하는 방송 진행자에게 지급하면 플랫폼과 방송 진행자가 일정비율로 나눠 가지는 식이다. 

별풍선 사용 통계를 집계하는 별풍선닷넷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아프리카 인기 상위 300개 개인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이 지출한 별풍선은 모두 5억 180만여개다. 인기방송 1채널당 167만 2000여개의 별풍선이 지출된 셈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여원에 해당한다. 

즉 상위 300개 방송의 진행자들이 올 상반기 별풍선 만으로 평균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이다. 여기에 광고, 스폰서 등을 포함하면 수입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기 1위 방송 진행자 C씨의 경우 올 상반기 별풍선을 통해서만 최소 6억원, 최대 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C씨의 방송에서는 노출이 심하거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성인 인증 등 별도의 절차 없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위 진행자 D씨는 이미 '성희롱' 발언으로 한 차례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유튜브의 경우 누적 시청자수와 방송시간을 토대로 광고수입이 책정된다. 유명 유투버들의 수입은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E씨의 경우 한달 평균 3000만~4000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유명 유튜브 방송에서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경쟁적 선정 방송에 청소년 무방비 노출…규제는 '사실상 제로'

이런 방송들은 텔레비전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인터넷 방송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적절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2014년 실시한 온라인 개인방송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하루 1번 이상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청한다'고 응답한 10대가 전체의 50%(2회 이상 27.5%, 1회 이상 22.5%)를 차지했다. 이미 5년 전부터 인터넷 개인방송은 청소년들에게 일상이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학생 희망직업 상위 20위 현황'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5위로 등장했다. 기존의 인기 직업이었던 가수(8위), 프로게이머(9위)보다 높은 순위다. 

인터넷 방송의 영향력은 이정도로 커졌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거의 없다. 아직 인터넷 개인 방송에 대한 법적 정의나 규제가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행자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공적 책임을 규정하지만 인터넷방송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해 사업자 신고 외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인터넷방송 플랫폼 업체는 개인방송에 대한 신고가 이어지면 '방송정지' 처분하거나 진행자에게 윤리교육을 실시한다. 자체적인 모니터링 인력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의 처벌과 자체 심의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는 책임을 지지 않으니 자체 심의를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며 "이익을 나눠 갖는 플랫폼 사업자와 개인방송 진행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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