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주변 비상계획구역 확대되면서 울산 전지역 포함
울주군은 수백억원 지원금 받지만 타 지자체는 무일푼
‘불합리’한 원전지원금 제도…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신성봉 울산광역시구·군의장단협의회장 / 역사학 박사

흔히 어떤 일이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이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경우를 ‘불합리하다’고 한다. 또한 오래전부터 해 오던 데로 하는 일에 대해 우리는 ‘관행’이라 표현한다. 쓰임이야 어찌됐던 간에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은 사뭇 부정적이다. 그럼 이 두 단어를 합친 ‘불합리한 관행’은 어떨까.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혁신’은 어쩌면 불합리한 관행과의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이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기간에 걸쳐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국가정책이 계속 이어져 왔다면 이를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최근 불합리한 원전 지원금 정책을 바꾸려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활발하다. 지난 6월 18일 울산 중구에서 열린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제219차 시도대표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현안과제로 부각돼 잘못된 원전지원금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226개 기초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들이 모여 현행 원전지원 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은 셈이다.

우리 울산은 방사능비상계획구역 내 1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이어 신고리 5·6호기가 잇따라 건설 중인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원전밀집지역이다.

달리 말해 우리 울산시민들은 365일 원전을 끌어안고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 채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원전주변지역에 적게는 수 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 백 억원의 원전지원금을 주고 방사능 방재대비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십 년간 울주군을 제외한 중구와 동구, 남구, 북구는 원전지원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 즉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해 왔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지난 2014년 방사능방재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8~10㎞였던 원전주변 비상계획구역이 최대 30㎞까지 확대돼 울주군뿐만 아니라 울산의 모든 지역이 이 구역 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각 자치단체들은 한 해 평균 10억원 가량의 별도 예산을 투입해 주민보호훈련과 방사능방재장비 확보 및 관리, 방재요원 지원·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이 전액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어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을 겪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원전지원금 근거 법령인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지방세법’이 개정되지 않아 관련 국가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년 예산이 1조원대 규모인 울주군은 원전 발전에 따른 ‘지역자원시설세’ 등의 명목으로 한 해 평균 적게는 수 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 백 억원에 이르는 관련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한 해 예산이 울주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구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는 정작 국가사무인 방사능방재업무에 자체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는 점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불합리한 관행’ 그 자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울산뿐만 아니라 부산 해운대구와 금정구, 양산시, 포항시 등 전국 15개 자치단체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울산 중구를 중심으로 전국 12개 관련 자치단체가 모여 원전지원금 제도개선을 위한 실무협의를 벌인데 이어 전국 15개 시·도 기초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들도 불합리한 원전지원금 제도 개선을 위한 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전으로 인한 방사능 위험과 이에 따른 주민 불안감은 원전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하는 거리의 문제가 아닌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 관리하는가 하는 신뢰의 문제다.

해당 자치단체들이 원전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본 책무에 충실하면서 신뢰를 잃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등은 하루빨리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혁신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혁신’임을 국회가 하루빨리 인식하고 관계법령을 정비할 것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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