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7일 울산 동구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에 대한 개표를 진행했다. 우성만 기자  
 

사흘간 진행된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총회가 마무리됐다.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파업은 가결됐고, 조합원들은 17년 전 ‘졸속’으로 결정된 해고자 문제는 취소해야 한다는 집행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하청노동자들의 사상 ‘첫’ 집단행동으로 관심을 모았던 요구안 총투표에는 예상보다 많은 2,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17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분할3사 임·단협)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전체 조합원 1만2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투표에는 7,043명(68.41%)이 참여해 투표자의 86.98%, 재적인원의 59.50%인 6,126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내부적으로 다소 논란이 일었던 2002년 ‘해고자 문제 정리 합의서’를 취소하는 안에 대해서는 그보다 적은 5,254명(재적대비 50.47%·투표자대비 73.86%)이 찬성해 통과됐다.
이번 투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하청노동자 요구안 찬반투표였다. 1만1,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사내하청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는 2,209명이 참여해 99.05%인 2,188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는 12표, 무효는 9표로 집계됐다.
요구안에는 임금 25% 인상, 수당과 휴일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투표’ 같은 집단행동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자신의 신상과 소속 회사 등 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감에도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참여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원·하청 공동투쟁과 조직화 등에 열을 올렸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하청노동자들이 스스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투표에 참여하면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다는 두려움에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했고, 투표를 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업체장과 관리자들도 있었다”면서 “이번 투표를 통해 하청노동자들은 스스로 요구안을 결정하는 주인공이 됐으며, 앞으로 전개될 노조 집단가입과 원·하청 공동투쟁의 소중한 밑거름이 만들어졌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총투표를 통해 확보한 명부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노조가입을 독려할 계획이다. 하청노동자 2,000명 이상이 노조에 가입하면 현대중공업과 하청 협력사들에 집단교섭 요구서를 발송하고 첫 ‘협상테이블’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파업 찬성’으로 투쟁에 조합원들이 무게를 더하긴 했지만, 현대중 노조가 앞으로 파업을 구체화할지는 미지수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을 더 하라’는 취지로 행정지도를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노조법’이 정한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과 박근태 노조지부장이 만나 노사가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이라, 노조가 곧바로 파업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인 16일 올해 임금협상 2차 교섭에서 두 노사 대표가 만나 사실상 다시 상견례를 진행했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재개된 교섭을 힘차게 진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고 판단한다”면서 추진 중인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 무효 투쟁’과는 별개로 임협에 대한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회사 측은 “노사 대표가 상견례 이후 다시 만나 늦어진 임금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의견을 모은 만큼 임금협상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18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는 전 조합원 3시간 파업 지침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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