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에 위치한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북서부의 리구리아주에 위치하는 라스페치아 지방의 5개 해안 마을이다. 사진은 리오마조레 마을 풍경.

‘스테이U 울산’ - 마을호텔에서 길을 찾다
(1) 체류형 관광 자리매김 ‘친쿼테레’

해안마을 전체 ‘세계문화유산’
올리브나무·포도농장·과수원 등
트레킹 코스 18km 곳곳 ‘매력적’

마을호텔 형태 저렴한 숙박 ‘즐비’
당장 예약가능 공유숙박 1,800개
주변 음식점·소품가게도 활성화

울산시가 올해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때마침 발표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 관광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체류형관광지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스쳐가는 관광도시가 아닌 ‘머물고 싶은 울산’을 목표로 한 ‘스테이U’구축이 필요한 때다.
‘Ulsan(울산)에 머물다’와 ‘You(주민, 사람들)와 함께 하다’는 중의적 뜻을 담고 있다. 원도심을 품고 있는 중구, 동해 앞바다를 끼고 있는 동구와 북구 등 울산발 체류형 관광은 주민들이 일궈온 삶의 터전들을 잘 활용하는 것에 있다. 마을호텔도 체류형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본지는 지역특색을 반영한 마을호텔이 잘 조성돼 있는 국내외 도시들을 찾아 울산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본다.

리오마조레 마을을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이탈리아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에 위치한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북서부의 리구리아 주에 위치한 라스페치아 지방의 5개 해안 마을이다.
5개 마을은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몬테로소 알 마레. 전체 마을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년 뒤 이탈리아 정부와 라스페치아 주정부의 노력을 통해 국립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친퀘테레에는 가파른 바위해안, 계단식 언덕과 농장 등이 즐비해 있다. 이 때문에 오고가는 도로가 없고, 오직 열차만 이용할 수 있다. 로마 또는 피렌체에서 출발할 때는 피사역에서 라스페치아 행 열차로, 밀라노 등 이탈리아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는 제노바역에서 레반토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마을에서 마을까지는 기차로 5분 채 걸리지 않는다.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숙박업소들
친퀘테레 특징 중 하나는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형형색색의 페인트칠 한 집들이 빼곡하다는 점이다. 옛날부터 척박한 땅에 살았던 주민들은 멀리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돌아올 때 자신의 집을 쉽게 찾기 위해 집 색깔을 다르게 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바로 ‘트레킹’. 이곳 트레킹 코스는 전체 거리 18km에 이른다. 마을 간 거리는 최소 1km, 최대 4km. 비탈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는 올리브나무와 포도 농장, 과수원 등이 줄지어 있어 트레킹 마니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매력 포인트들이 많은 해변마을인 친퀘테레는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머물고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도시민박, 에어비앤비(공유숙박), 호텔 등 많은 형태와 수준의 숙박업소들이 즐비하다. 마을에서는 숙박업을 병행하고 있는 가정집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당장 예약 가능한 공유숙박만 전체 마을 통틀어 1,800여개에 달할 정도다. 숙박비는 가장 저렴한 호스텔일 경우 1인당 5~6만원 수준이다.
 

에어비앤비 ‘친퀘테레 D'AMARE' 방 내부.

 

#천천히 하룻밤 보내고 또 머무는 사람들
지난 5월 28일 방문한 친퀘테레 남쪽 관문인 라스페치아와 리오마조레 마을. 라스페치아역에 내리니 이탈리아 지중해 특유의 쨍한 날씨가 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역에서 이어지는 터널 밖을 나오는 순간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 해안절벽들이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레킹의 성지답게 백팩을 메고 등산 스틱을 든 채 걸어가는 여행객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관광객인 듯 주민인 듯 헷갈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일 숙박을 하는 집 주인과 함께 골목에 나와 앉아있는 등 마을을 ‘내 집처럼’ 즐기고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여행객은 “열차에서 내려 원하는 마을에 하룻밤 잔 다음에 또 다른 마을로 갈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여건이 훌륭하다”며 “비싼 호텔이 아니더라도 현지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지리를 잘 아는 동네 주민 집에 머무는 매력에 빠져 리오마조레에 온지 이틀째인데 며칠 더 체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을의 한 해산물 음식점 관계자는  “친퀘테레는 사실 한번 보고 떠날 수도 있는 곳이지만, 관광객이 소규모 해변을 중심으로 체류할 수 있게끔 하는 숙박인프라가 점차 형성되자 주변 식당과 소품 가게 등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장사가 잘 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을 수용키 위해 더 많은 주민들이 숙박업 등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 ‘친퀘테레 D'AMARE' 대표 키아라(오른쪽)·마누엘 부부. 이 부부는 라스페치아와 리오마조레에서 각각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친퀘테레 D'AMARE 에어비앤비 운영 키아라·마누엘 부부
“마을 정보·특색있는 현지경험 제공…협동하는 자세 필요”

“게스트들이 숙박을 하면서 현지에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친퀘테레 특산물인 ‘레몬첼로’를 직접 만들어 공수하는 마을호텔들이 지역 전체에 힘을 싣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에어비앤비 ‘친퀘테레 D'AMARE’을 운영 중인 키아라(35) 씨는 마을호텔의 핵심 운영방안과 머물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남편과 라스페치아와 리오마조레에서 각각 에어비앤비를 운영 중인데, 가장 핵심은 손님들에게 마을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달해주는 것”이라며 “놀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해변을 끼고 있는 숙소를 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마을 곳곳을 직접 찾아가볼 수 있게 마음을 다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변마을인 친퀘테레의 숙박 인프라는 현재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객이 오랜 시간 체류 할수록 기타 경제적 이익도 극대화된다는 거다. 
그는 “지역 특성상 3개 시 관할 아래 도시세가 각각 다르며 에어비앤비 사업자 취득이 길게는 4개월가량 걸리는 숙박업 자격취득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관광지로 급부상한 곳답게 저렴하면서도 호텔급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들이 점차 늘어남과 동시에 식당, 기념품점, 카페 등 연계사업도 활발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울산에도 친퀘테레와 비슷한 해안가 마을들이 있고, 체류형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설명에 공감하며 “체류형 관광 상품 개발에 있어 지역사회 내 통일된 망을 만들어 민·관의 협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숙박존(zone)을 구축할 때도 지역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주거지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남다른 개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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