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관광 넘어 이젠 ‘문화도시’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8년째 제자리
공론화 시작했지만 시간·예산만 낭비

 
 송 시장 공약 ‘울산국제영화제’ 추진
‘산악영화제’ 통합 거론에 울주군 난색

 
 예총-민예총 지원 규모 형평성 논란
 문화예술행정 전문가 결여·소통 부재

 
울산국제영화제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의 통합을 원하고 있지만, 울주군에서는 ‘뜬금없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사진은 지난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지난 행사 모습.
  
민선 7기 진보성향의 ‘송철호’호가 항해를 시작하면서 울산문화예술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를 기대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았다. 송철호 시장은 선거운동과정에서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의 문화정책 방향을 밝혀 왔기 때문인데, 울산시립미술관 공론화, 울산국제환경영화제 추진 등 1년이 지난 지금 울산시의 문화예술정책은 한마디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예술인들의 목소리다.

◆울산시립미술관 공론화…“시간·돈 낭비” 원성도

송시장의 문화예술행정 첫 행보는 ‘울산시립미술관 공론화’로 시작됐다.

취임하자마자 충분한 여론 수렴 부족, 민선 7기 시정철학 담긴 미술관 건립 필요 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 시민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를 다시 거쳤고 울산시립미술관과 연계해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을 건립하고, 객사부지는 영구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권고안이 나왔다.

송시장은 공론화 종료 기자회견에서 “이번 과정은 우리 울산이 더욱 성숙한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문화적 성장통’으로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1년 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이 세워진 뒤 부지 문제 등으로 8년간이나 질질 끌어온 미술관의 건립 시기가 또다시 1년여 늦춰지고 공론화로 해를 넘기면서 국비 26억원을 반납하는 등 미술관 건립에 30억원 가까이 부담이 더 증가해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는 반발도 제법 나왔다.
 

송철호시장은 지난 5월 8일 지역청년문화예술인들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소통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짝사랑’하는 ‘울산국제영화제’

울산시 문화예술행정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최근 송철호시장 공약인 (가칭)울산국제영화제 행사추진 모습에서 최근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애초 ‘국제환경영화제’를 콘셉트로 잡았다가 ‘환경’이라는 단어를 빼더니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의 통합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울산시의 독단적 행보에 울주군의 심기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송시장은 이달 9일 열린 ‘(가칭)울산국제영화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및 제3차 자문위원회를 비롯,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공공연히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의 통합을 거론해 왔다.

울주군과 실무적으로 논의를 거치지 않았지만 ‘통합’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 왔는데 이에 대해 16일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간담에서 울주군은 “뜬금없는 소리다. 울산국제영화제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울산국제영화제 한 자문위원은 “빅텐트는 울산시의 희망사항이다. 울산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많은 23억 행사(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한 섹션으로 갖고 가겠다는 울산시의 구상안을 누가 찬성하겠는가”며 “자문위원회 내에서도 절반정도는 왜 울산시에서 영화제를 두 개나 해야 하냐는 물음을 던지면서 하나만 치르면 좋겠지만 상황상 통합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립미술관 조감도.

울산시는 울주군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통합이 아닌 동시개최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거론한 것“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울산문화예술계에서는 현재 시장 공약인 ‘울산국제영화제’ 개최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국내외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영화제를 또다시 신설한다는 점에서, 또 울주군이 ‘세계3대 산악영화제로의 도약'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산악영화제와 중복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가 40억(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자료 제시액)을 투자하면서 서울의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다.

송시장의 공약인 ‘아트페스티벌’을 수정한 ‘프롬나드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꾸준히 인지도를 넓혀 오던 월드뮤직페스티벌을 갑작스레 폐지하고 처용문화제 또한 위축되게 만들었는데 이 또한 시장 공약 수행을 위해 성급했던 게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

한 시민은 “아무리 좋은 문화행사를 개발하더라도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울산시는 새로운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제대로 살펴야한다. 자칫하다간 공약이 실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축된 ‘울산예총’ VS 고무된 ‘울산민예총’

송시장 취임 후 무엇보다 ‘울산예총’이 주도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수혜판도가 바뀔지가 주목됐다.

지역 예술계는 울산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울산광역시연합회)과 울산민예총(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으로 나눠져 있다.

규모면에선 보수 성향의 울산예총이 진보성향의 울산민예총보다 5배가량 몸집이 큰 조직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지원 규모는 한때 20배(위탁사업 포함) 가량으로 울산예총의 독식이나 다름없어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많았다. 일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울산예총에 가입해야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까지 팽배해졌을 정도였고, 울산민예총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토로해 온 것이 사실이다.

몇 십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울산예총’의 독식은 민선 7기 각종 지원 사업 등에서 울산민예총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울산민예총의 수장이 울산문화예술의 컨트롤 타워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데다 정치인 출신 보수성향의 울산예총 수장이 새로 선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울산의 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울산예총은 정권이 바뀌자 울산시 지원에서 밀리는 것을 감지하고 이제 기업체 후원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폐지하고, 오는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을 배경으로 거리예술축제 ‘프롬나드 축제’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에 열린 중간보고회 모습.
◆“똑똑한 문화예술 참모가 없다”

민선 7기 ‘송철호’호의 문화예술행정에서 눈에 띄는 똑똑한 참모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당선 직 후 ‘문화전문가’가 빠진 인수위원회 위원 명단에 문화예술인들은 대부분 실망하면서도 문화예술관련 기관에 누가 선장으로 탈지 큰 관심을 보였고, 울산문화재단, 울산박물관, 울산발전연구원내 울산학센터 등 문화예술관련 기관 수장자리는 대부분 선거를 도운 혹은 이전에 ‘인연’을 맺은 측근으로 채워졌다. 특히 울산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측근들의 자리싸움이 심해 결국 외지인사가 임용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측근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혹은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행정 조직 내에서는 잘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송철호시장은 지난 5월 8일 지역청년문화예술인들과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문화기획, 비보이 댄스, 청년 버스커, 대학동아리, 풍물 등 울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청년 문화예술가들이 토크콘서트를 통해 노란종이에 건의사항을 적고 비행기모양으로 접어 시장에게 날렸다. 의욕적으로 청년예술인들을 만났다면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최근 더불어 민주당 울산광역시당의 ‘문화예술·관광특별위원회' 발족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울산시민들은 말 뿐인 문화도시 울산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정책이 실제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문화예술행정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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