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태화강 지방정원이 전남 순천만에 이어 2호 국가정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태화강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의 태화강 대공원과 십리대밭 일원 83만5,452m²가 국가정원 대상지다.2000년대 초반까지 생활 오수와 공장 폐수로 인해 해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은 2004년부터 추진한 수질 개선사업으로 현재 연어와 황어가 회귀하는 1급수 하천인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울산을 ‘생태환경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태화강의 변신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다.송철호 울산시장은 국가정원 지정 소식을 들은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 대전환기에서 긍정의 변곡점”이라며 “지금부터 울산은 산업수도에서 생태문화 역사관광도시로 진입하는 ‘재조(再造)울산’, ‘울산 르네상스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전문가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국가정원의 미래와 준비할 점 등을 들어봤다.

축배 들기엔 아직 일러…문제점 해결 머리 맞대야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금 시내 곳곳에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들로 잔칫집 분위기다.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며, 송철호 시장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꼽아보면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환경단체가 반대했던 이유는 이제부터 울산시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가정원이 되면 좋은 점만 강조했기 때문에 장밋빛 청사진 뒤에 가려진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떠한 불편이 뒤따를지에 대해서 시민들은 깊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고 잘 모른다. 간단한 예로 국가정원이 정식으로 개장되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그마저 개방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다. 
아무 때나 자유롭게 대숲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몹시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국가정원 주변은 교통혼잡과 주차난을 피할 수가 없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던 둔치 체육시설은 대형 주차장으로 대체되고 이 일대 교통소통은 나빠질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연간 600만명이 입장한다는 순천만 국가정원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하루 평균 탐방객 1만 명 정도만 예상하더라도 주차장, 화장실, 휴게실, 매점과 같은 편의시설이 현재의 10배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만큼 자연은 인공시설물로 바뀌고 오염원 배출도 늘어나서 태화강에 깃들어 살던 동식물들의 생존환경은 나빠진다. 
수많은 초화류를 재배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퇴비, 비료, 농약 살포는 태화강 수질을 오염시키는 요인들이다. 기상이변이 늘어나고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잦은 지역 특성상 국가정원 자체가 침수될 수도 있고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재해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성공한 국가정원이 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다. 

관광객 유인‧일자리 창출 킬러인프라‧콘텐츠 필요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공학박사

울산 태화강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태화강은 대한민국 도심하천이 지향해야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울산은 과거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발전하는 롤모델이 되었다. 태화강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만들 수 없는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제 우리들의 고민은 태화강 국가정원, 그 이후의 콘텐츠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송철호 시장님의 7개 성장다리의 하나이며, ‘울산르네상스 시대’ 녹색일자리 창출의 중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십리대숲, 대나무 생태원 등의 힐링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적극적인 킬러인프라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스페인 빌바오의 네오비론강, 영국의 템즈강, 그리고 일본 오사카의 도톰보리천의 킬러인프라와 콘텐츠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빌바오의 도심하천 네르비온강에는 매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1970년대 중공업의 위기로 실업률 35%의 망해가는 산업도시를 스페인 최고의 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킨 핵심 킬러인프라이다. 영국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에는 연간 400만명이 탑승하고 1000억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런던아이와 2018년 590만명이 방문한 테이트모던 갤러리라는 킬러인프라가 있다. 모두 인공구조물이지만 자연환경과 어울려져 관광객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그리고 ‘물의 도시, 오사카’의 킬러콘텐츠의 핵심인 도톰보리천의 관광 상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태화강에는 곧 개관할 미술관이 있고, 울산시내 중심에는 템즈강의 런던아이같은 대관람차도 있다. 어떻게 공간활용을 국가정원과 연계하는가를 고민하고 발굴해야한다. 이제 공해를 극복한 상징물로서 태화강이 아니라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태화강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 필요…환경보호 만전 기해야
■이정학 울산과학대학교 교수(관광경영학 박사)

 

태화강 일대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이 되면서 울산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 제고가 예상된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정원 제1호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2017년 기준 순천만국가정원의 총 입장객수는 611만7,000명이었고, 총 수입은 153억5,000만원이었다. 전남대학교 조사연구에 의하면 순천만국가정원이 가져다 준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4116억원으로 추산되었으며, 정원 관련 일자리 250여 개 창출됐다고 밝혔다. 도시 이미지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 있는 정원의 도시로서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적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됐다.  
 울산도 태화강 일대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이 되면서 이와 같은 기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통 혼잡 해결과 환경보호 그리고 관광인프라 구축이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교통 인프라 확충 및 개선을 위해 주차장의 확대는 물론 순환형 셔틀버스 도입과 태화강 먹거리 단지 도로의 일방통행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휴게실과 매점,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주변을 훼손하거나 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사성어에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란 말이 있다. ‘손님을 제대로 접객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라는 의미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는 방문객을 제대로 접객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등 관광인프라의 정비 및 구축도 요구된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지정을 계기로 울산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도시 이미지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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