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과거 벗어나 울산이 지역의 리더가 되려면
지역 어른이 자주 만나 서로의 애로를 공동으로 극복
심리·물리적 거리 좁히고 주변국과 전략교류 확대를

장만석
전 울산시경제부시장·울산대 겸임교수
 

지난해 울산의 모 국회의원님이 전화를 주셨다. 요지는 “울산경제를 나아지게 할 묘책이 있겠느냐?”다. 벌써 수년 전에 경제부시장을 그만 뒀으니(2014.8 퇴직), 뭐 그리 대단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고 전화하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아이디어 수집 차원일 거다.

그래도 한 2, 30분은 통화했던 것 같다. “노동정책의 영향이 없더라도, 전산제어·기계로봇·전기자동차가 더 확산되면, 자연히 부품산업의 축소로 이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울산의 ‘인구’는 결국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는 ‘구매력 저하’, ‘토지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대로 두면, 쇠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면 선진국의 부활한 공업도시처럼 ‘유동(流動) 인구’를 늘려서 상쇄시키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대체로 이런 원론적인 대화였다. 그래도 ‘실력 없는 놈’에게 묘책을 물어봐 주는 것만도 고맙지 아니한가? 그 고마움이 지금까지도 이리저리 궁리를 하게 한다.

그런데 혹시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 경제부시장이던 당시, 어느 회의에서 국가의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국토연구원장, 국토부의 차관을 지낸 지역계획의 권위자자다.)의 조언이다. “울산이 경주, 밀양, 포항 등 주변지역 산업의 중심이니, ‘경제권역의 실질적인 리더’가 돼라”는 의미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줄이면, ‘울산 맹주론(盟主論)’이다.

그렇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다. 이를 감안하면 ‘부·울·경’이라는 과거에 묶여, 부산시나 경상남도의 ‘막내’ 정도로 대접받거나 역할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
그럼 울산이 지역의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당연히 울산이 울산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포항도 보고, 경주도 보고, 밀양도 보고, 부산의 기장도 함께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세상 일에는 일방적인 것이 없다. 소위 ‘콜라보(협업) 정신’과 ‘윈-윈(상호 이득(利得))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의 어른들이 자주 만나는 것도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다. 서로의 애로를 공동으로 극복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동 의제를 발굴, 머리를 맞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 지역 전체를 하나의 관광권역(선사와 역사와 전설, 맑고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강, 산업의 기적, 성공적인 공해 극복 사례 등등)으로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상품화한다면, 시너지효과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실질적인 이웃사촌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역 간의 심리적인 물리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 시간거리를 좁혀 나가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그리하면 자동차, 조선, 정밀화학, 기계, 수소 관련 산업과 주변지역 부품산업들과의 연결고리도 더 튼튼해질 것이다. 당연히 인적교류와 소통이 더 활발해지고 ‘유동 인구’도 증가할 것이다. 다행히 기존의 고속철도나 경부고속도로 외에도 부산-울산-포항간고속도로 전구간이 개통되었고, 밀양 연결 고속도로와 국도, 경주 연결 국도도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도 탄력을 받고 있다. 그리고 울산항 등 항만시설도 계속 확충되고 있다.

그 다음은 시야를 더 넓혀보자. 울산 광역권이 중국·인도·동남아국가들의 특정 광역지역과 전략적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자연히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중심공항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육성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교통망의 확충으로 울산과 포항·경주·밀양·기장의 지역과의 시간거리는 크게 단축돼 있고, 이 광역지역의 인구 규모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여행객들의 ‘직항노선(Point to Point)’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강해지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울산공항’이야말로 지역중심공항으로 적지다.

울산지역을 찾게 만든 여행객은 울산지역에서 받아야한다. 그러자면 ‘울산공항’을 지역중심의 ‘세미 신공항’으로 개조할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울산중심의 광역지역에 유동인구 유입이 늘어나게 되고, 그 덕으로 우리가 목적하는 지역경제도 살아날게 아닌가? 중국(GDP 12.2조달러)이나 인도(GDP 2.6조달러)의 1개 광역권의 인구가 쉽게 1억을 넘고,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장래에 이들 국가의 1개 광역권의 경제규모도 한국 전체규모(1.5조달러)와 비교하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니, 울산광역지역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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