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인류유산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또 물에 잠겼다.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다나스가 뿌린 집중호우 때문이다. 다나스는 별다른 바람피해를 남기진 않았지만 서부 울산 쪽에 내린 300mm 강수 때문에 반구대암각화가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 이후 10개월 만에 물에 잠긴 것이다.

반구대암각화의 하류 사연댐의 21일 오후 6시 현재 수위는 55.26m로 여수로의 수위인 60m에 육박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상류 빗물이 계속 유입되면서 사연댐 수위가 55.47m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사연댐 수위 55m이상이면 벌써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면의 절반가량이 잠긴 것이다.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 52~57m 에 위치해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가 48~52m가 되도록 조절하고 있지만 이처럼 집중호우 때의 침수는 불가피하다.

시민들이 SNS를 통해 올린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침수 상황을 보니 암담하기 짝이 없다. 폭우에 불어난 상류 계곡물이 천전리각석 전방의 암반을 세차게 때리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바위 면을 스치는 계곡물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절반 넘게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는 앞으로 상당기간 물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 되도록 방치해야 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인류유산의 훼손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지난 19일 울산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울산행정포럼’이 개최한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에 관한 시민토론회에서 “한시 바삐 수문을 설치해 암각화 보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토론회를 주최한 손종학 시의원은 “세계적인 인류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를 지금처럼 물고문 상태로 계속 방치해 놔두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 인식”이라며 “우리에게는 유적을 보전할 책무가 있고 울산시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대학교 한삼건 교수도 “사연댐에는 수위조절이 가능한 수문이 설치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기능이 축소되는 사연댐 본체는 일부 해체하는 한편, 또 다른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자들도 보존 방안을 찾기 위한 더 이상은 논쟁을 중단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당장 물 밖으로 꺼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겠다’면서도 암각화의 훼손을 방관하고 있는 울산시의 빠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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