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 시인

日 혐한 표현 식민시절 세대 자기비하적 표현 같아
한쪽입장서만 상대를 평가 편협·편견·독단의 표상
식민의식 찌꺼기 버리고 잘못된 인식 바로잡아야

일본은 아베 민족주의 보수 정권이 집권해서 위험한 발언과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곧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우리나라를 자극하고, 식민지 시절처럼 한국 국민들의 민족성이 저열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일제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은 손쉽게 자국민들의 행동을 보고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냄비근성이다, 감정적이다, 게으르다, 청결하지 못하다, 철저하지 못하다, 미신에 현혹된다,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조센징은 어쩔 수 없어, 엽전들이라는 말들을 서슴없이 뱉곤 했다. 식민시절에 내재화된 교육의 영향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공부가 필요했다. 
지금 일본의 혐한 표현이 식민시절을 겪었던 부모세대들의 자기비하적인 표현과 놀랍도록 똑같다. 죽은 망령이 살아난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의 표현도 똑같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우수한 민족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무슨 일일까. 자기반성적 자세인 것일까. 
우리나라와 일본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지리적 환경도 다르다. 그 만큼 민족성도 다르다. 어느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편협과 편견과 독단의 표상이다. 일본의 기준에서 우리나라를 엽전들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 일본을 쪽바리, 천황의 나라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자신의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혐오와 전쟁을 불러일으키려는 태도이다. 집권을 연장하기 위한 거짓과 위선의 행동을 우리의 역사에서도 오래 겪어왔다. 우리나라는 집권의 도구로 공산당과 색깔론을 이용해 왔다. 일본의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나라를 희생양으로 선택해 왔다. 지금 극우 민족주의 정권인 아베가 같은 방식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적인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수지에서 단 한 번도 흑자가 없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볼 때, 그러면서도 일본과 일본제품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갖고 있는, 식민지 국민으로서의 자세는 이제 그만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월등히 성장해 세계적으로도 앞서가고 있다. 
얼마 전에 다녀온 대마도여행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우리의 노인들과 같이 친절하고 따뜻했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지역주민 할머니는 유모차를 끌고 와서 열쇠로 샤워실의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가 해수욕을 마치자 다시 문을 닫으러 오면서 직접 키운 토마토를 주었다. 물놀이하고 배고플 것을 염려해서 주신 것이다. 해수욕장 샤워실과 화장실은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떠올려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일본인과 한국인은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일본 안에서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식민의식의 찌꺼기를 각성하고 버려야 한다. 여전히 식민시절에 일제로부터 교육받은 이등국민으로서의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의외로 사회 지도층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일본인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자세를 바꾸라고 꾸짖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물건에 대한 불매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웃나라에게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자신의 지역을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따뜻하고 친절하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스스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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